[뉴스의 맥] 위안화 허브, 거래 신뢰와 무역결제 확대가 관건

입력 2015-04-28 20:33  

한국, 직거래 하루 164억위안…원·달러 거래량의 30%
통화분산에 기업 환위험 줄고 외환건전성 개선 효과
금융연계성 높아져 중국 경제충격에 휘둘릴 수도

"한국은 아시아 국가들과 위안화 허브 경쟁을 할 가능성이 크다.
자금조달과 투자 면에서 어떻게 차별화해 나가느냐가 관건이다."

이창선 <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



국 위안화 국제화가 최근 빠르게 진전되면서 각국의 ‘위안화 금융허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위안화의 국제적 사용과 위상이 높아지는 추세다. 중국 무역에서 위안화로 결제되는 규모는 2010년 4600억위안에서 지난해 5조9000억위안으로 급증했다. 중국 무역의 22.3% 규모다. 국제은행간통신협회집계에 따르면 위안화 국제결제 비중은 2013년 0.6% 수준에서 최근 2% 내외로 높아졌다. 미국 달러화, 유로화, 파운드화, 엔화의 뒤를 이어 캐나다 달러화, 호주 달러화와 5~7위권을 다투고 있다.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위안화 거래규모 순위도 2010년 17위(0.9%)에서 2013년에는 9위(2.2%)로 높아졌다.

위안화의 국제결제 비중은 미국 달러화나 유로화에 비해 아직 크지 않다. 하지만 중국의 경제 규모가 언젠가는 미국을 추월하고 위안화의 국제적 통용성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위안화 관련 금융시장의 잠재력은 매우 크다.


위안화는 올해 창설 예정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중심통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AIIB에 쏠린 각국의 높은 관심과 참여에서 보이듯 위안화 허브 조성은 중국 경제 및 위안화 금융과 관련한 잠재적 기회를 선점하려는 의도가 있다.

위안화 허브는 중국이 아닌 곳(중국 역외)에서 위안화 결제나 자금조달 및 투자 등과 관련된 위안화 금융서비스가 이뤄지는 곳이다. 중국 정책당국은 위안화 국제화를 원하지만 이를 위해 전면적인 금융 자유화, 자본시장 개방에 나서는 것은 위험 부담이 크다고 본다. 대신 역외시장에서 위안화 사용을 늘려나가는 우회 전략을 사용해 왔다. 2004년 홍콩에서 위안화 예금이 허용된 것이 위안화 역외시장의 시초다.

이후 별다른 진전이 없다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 정책당국이 위안화 국제화를 추진하면서 역외 위안화시장도 커졌다. 2009년 제한적인 위안화 무역결제 허용을 시작으로 역외 위안화채권 발행 허용, 2011년 위안화적격외국인투자가(RQFII) 제도 도입 등을 통해 역외 위안화 자금 조달 및 투자와 관련된 규제가 점차 완화됐다. 지난해 11월에는 상하이와 홍콩 주식의 교차 매매가 허용되는 ‘후강퉁’이 시작됐다.

통화패권 노린 우회전략

홍콩은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제1의 위안화 허브 입지를 굳히게 됐다. 홍콩의 위안화 묽?규모는 현재 1조위안을 웃돈다. 홍콩에서 발행된 위안화채권인 딤섬본드 잔액은 4000억위안에 달한다. 중국 역외에서 이뤄지는 외환거래와 위안화 예금, 무역결제, 채권 발행 등에서 홍콩은 전체의 약 70%를 차지한다.

위안화 허브로 기능하려면 중국 인민은행과 연계해 위안화 거래를 청산하거나 결제할 수 있는 ‘중국계 청산은행’이 있어야 한다. 공식적인 위안화 공급 통로인 중앙은행 간 통화 스와프와 함께 역외시장에 축적된 위안화가 중국 내 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경로로서 RQFII 한도 부여 등이 필요하다.

중국 정책당국은 홍콩 외에도 여러 국가에 이런 위안화 허브의 인프라 구축을 지원하고 있다. 위안화 허브로서 홍콩 다음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아시아 지역에서 싱가포르, 대만, 일본 등이 나서고 있다. 유럽의 런던(영국)과 프랑크푸르트(독일), 파리(프랑스) 등도 위안화 허브 조성에 열심이다.

한국도 지난해 7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을 계기로 위안화 역외금융시장으로서 발전이 시작됐다. 당시 합의된 청산은행 지정,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 개설, RQFII 한도 부여, 위안화 채권 발행 장려 등이 단계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위안화 금융 활성화를 위한 기본 인프라는 갖춰진 셈이다. 한국은 중국과의 지리적 인접성과 활발한 교역, 투자관계 등이 위안화 허브의 강점으로 꼽힌다. 반면 중화권 국가가 아니며 국제금융센터로서 경쟁력을 갖고 있지 않다. 원화가 국제화돼 있지 않다는 점도 제약 요인이다.

한국이 위안화 허브가 되려면 우선 위안화 수요와 공급기반을 확충해 나가야 한다. 지난해 12월 시작된 원·위안 직거래가 비교적 활발한 편이다. 하루평균 위안화 거래량이 개설 직후인 지난해 12월 54억위안에서 올 4월에는 164억위안으로 급증했다. 원·달러 거래량의 30%에 이른다.

한국, 작년 12월 직거래 시작

문제점이 없지는 않다. 국내은행 간 이뤄진 원·위안 거래의 청산이나 결제가 국내 위안화 청산은행이 아닌 홍콩에 있는 청산은행을 통하는 경우가 여전히 많다. 국내에서 이뤄지는 위안화 청산, 결제의 편의성과 안정성 등에 대한 신뢰가 아직 부족해서다. 원·위안 시장의 성공을 위해서는 무역 결제를 비롯 실수요에 기반한 위안화 거래가 늘어나야 한다. 지난해 대중(對中) 수출입에서 결제통화의 95%는 미국 달러화였다. 위안화는 수출입 결제에서 각각 1.7%, 0.9%를 차지했을 뿐이다.

그동안 익숙해진 달러화 거래관행을 바꾸기 쉽지 않을 수 있다. 최근 일부 대기업이 위안화 결제에 나서고 있어 위안화 실수요 결제는 시간을 두고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원·위안 직거래 외에도 다양한 위안화 금융상품을 국내에서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원·위안 환율변동 위험을 관리할 수 있는 원·위안 선물이나 선물환 등 파생상품을 비롯해 위안화 자금조달 및 투자와 관련한 상품이 다양하게 개발되고 거래가 늘어날 필요가 있다.

위험관리 능력 키워야

위안화 결제 확대와 금융 활성화는 달러화에 집중된 외환구조가 완화된다는 의미가 있다. 통화 분산을 통해 기업 차원에서는 환율변동 위험을 줄이고 외환건전성을 개선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다만 결제와 자금조달, 운영 차원에서 기존의 달러화를 위안화가 대체하는 정도라면 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 입장에?신규 금융의 창출이라고 볼 수는 없다.

위안화 금융허브로 발전하고 국내 금융회사들이 위안화 금융에서 사업 기회를 늘려나가기 위해서는 해외 위안화 금융 수요를 국내로 끌어들여야 한다. 시간대나 지역으로 볼 때 한국은 아시아 국가들과 위안화 허브 경쟁을 할 가능성이 크다. 위안화 자금조달과 투자 면에서 다른 위안화 금융허브와 어떻게 차별화해 나가느냐가 관건이다.

위안화 금융 확대는 위험 요인도 동반한다. 위안화 금융이 확산되고 중국과 금융 연계성이 높아질수록 중국 경제나 금융시장에서 충격이 발생할 때 국내 경제와 금융시장이 휘둘릴 수 있다. 따라서 기업과 금융회사, 정책당국이 위안화 관련 위험관리 능력을 키워야 한다.

이창선 <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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