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900원 무너진 원·엔 환율, 외교 실패 비용일 수도

입력 2015-04-29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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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엔 환율이 결국 800원대에 진입했다. 일본돈 100엔당 우리돈 가치가 어제 899원19전으로 연이틀째 900원 아래에서 형성됐다. 원·엔 환율이 900원 아래로 내려간 것은 7년2개월 만이다. 2011년 10월 1561원까지 갔던 것과 비교하면 엔화에 대한 원화가치는 두 배 가까이 치솟은 셈이다.

10 대 1을 균형으로 보던 것과 비교하면 충분히 우려할 만하다. 일본과 한국은 글로벌 시장을 놓고 직접 경쟁하는 상품과 산업이 많다. 자동차 조선 유화 등 주력 수출상품의 대외경쟁력이 계속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삼성전자가 어제 1분기 영업이익으로 5조9800억원이라는 놀라운 실적을 발표했지만 삼성전자조차도 환율이 급변동하면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원·엔 환율이 급락한 것은 외국인들의 주식매입 자금 유입, 3년째 계속되는 불황형 경상흑자의 누적으로 우리돈 가치가 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의 금융완화가 직접적인 요인이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일본 정부의 노골적인 엔저 드라이브를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이 대체로 용인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0일 미국 정부가 한국에 대해서는 외환시장 개입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던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우리 외교가 과거사 프레임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한 채 일본은 물론 미국과도 소원해진 상황과 결코 무관하게 볼 수 없다. 환율전쟁이란 말이 자연스러울 정도로 환율은 언제나 국제정치의 결과물이다.

친(親)미국 정책을 기반으로 금융완화 구조개혁을 필두로 한 아베노믹스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일본의 돈풀기가 지속되는 한 원·엔의 환율 추세가 단시일 내 오름세로 돌아설 개연성은 낮다고 봐야 한다. 수출품의 가격경쟁력 저하도 문제지만 중국 관광객들의 일본선호 등은 내수부진까지 부채질하게 된다. 지금 최경환 경제팀에서 환율은 누가 책임지고 관리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과거사에 가위 눌리고 있는 한국의 ‘불통 외교’가 비싼 대가를 치른다고도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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