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바보들은 천국을 만든다면서 지옥을 만들고 있다

입력 2015-04-29 20:36  

경제정책은 여러 가지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 시장은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주체들이 역동적으로 반응하는 공간이다. 경제규모가 커질수록 고려해야 할 변수는 많아진다. 이 시장을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바보들이 있다. 이들은 의도가 선(善)하면 그 결과도 선할 것이라고 믿는 정부와 국회다. 이들이 내놓은 각종 보호정책들이 오히려 34만개의 일자리를 날려버렸다는 한경 보도(4월29일자 A1면)는 예상은 했었지만 충격적이다.

정부가 시장 시스템을 통제하려면 모든 것의 가격을 알아야 한다. 그러나 고정된 가격은 없다. 상품과 서비스의 수만큼이나 그리고 때와 장소에 따라 다르다. 살아움직인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약자보호 정책인 최저임금제의 실패가 좋은 예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5580원이다. 이 정도는 돼야 최저생활이 보장된다는 것인데 이걸 강제할 때 문제가 생긴다. 지금 최저임금보다 낮은 가격으로 채용돼 있다면 그것이 바로 시장가격이다. 이 수준을 인위적으로 올리면 고용주는 고용을 포기하게 된다. 정부가 임금을 올려주겠다고 나섰다가 그나마 일자리를 갖고 있던 사람들마저 실직하게 만드는 결과가 되는 것이다.

이것이 아파트 경비원들에게 일어난 일이다. 2007년부터 아파트 경비원도 최저임금제 적용 업종?됐다. 아파트 입주자 대표들은 전체 경비원 수를 줄이는 것으로 대응했다. 지난해까지 4만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일자리 날아가고 비정규직만 피해

비정규직보호법도 똑같은 결과를 낳았다. 정부가 2007년 비정규직으로 2년만 근무하면 정규직으로 자동 전환하도록 하는 ‘착한’ 정책을 시행하는 바람에 비정규직들이 오히려 피해를 봤다. 회사들은 계약을 갱신하지 않거나, 기간을 쪼개 초단기간만 근무토록 했다. 2007년 이전 47.9%에 달했던 정규직 전환율은 이후엔 평균 38.7%로 떨어졌다.

파견근로자보호법도 일자리를 줄이는 부작용만 불러왔다. 파견근로가 남용되고 있다며 정부는 파견근로가능 업무를 32개로 한정하고 기간도 2년으로 줄였다. 최근 10년간 7만2000개의 파견근로 일자리가 줄었다.

이번 사례 조사는 지난해까지를 대상으로 한 것인데도 이 정도로 심각하다. 그런데 정부는 올 들어서도 최저임금을 또 올리려 하고, 비정규직을 보호하겠다며 각종 법과 가이드라인을 손보고 있다. 그들은 ‘보호’라는 단어를 쓴다. 그러나 보호되는 것은 없다. 더 나빠질 뿐이다.

중소기업 더 죽이는 中企 보호정책

바보들의 헛발질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일자리만 아니라 산업 자체를 스스로 갉아먹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 같은 각종 보호 정책이다.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은 LED 예에서 보듯 중소기업을 보호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외국계 대기업에 시장을 내주고 해당 산업의 국가경쟁력을 무너뜨리는 결과까지 낳았다. 오스람 필립스 그리고 중국 업체들이 무혈입성할 수 있게 만들었다. 바보들은 항상 이렇게 일을 한다.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보호하겠다며 도입한 대형마트 의무휴업제는 어떤가. 대형마트 장사를 망친 것은 물론 전통시장의 매출까지 떨어뜨렸다. 그 와중에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또 다른 약자인 농민과 대형마트 입점 상인들까지 피해를 보았다. 쇼핑시간이 모자라는 맞벌이 부부들의 불편은 더욱 커졌다.

서민·약자 생활개선 틀어막는 무상복지

무상복지 시리즈의 피해는 이미 국민이 피부로 느끼고 있다. 양대 정당이 표를 얻기 위해 남발한 공약에 따라 시행된 기초연금, 무상급식, 무상보육 등 복지예산은 정부예산의 3분의 1을 넘었다. 모든 사람에게 복지 혜택이 돌아가게 되면 서민과 약자들에겐 그만큼 줄어들게 돼 있다. 무상급식 수혜학생은 2010년 전체의 19%였지만 지난해에는 58%까지 늘어났다. 모든 학생들에게 공짜밥을 먹이면 당연히 다른 데서 펑크가 난다. 교육환경개선 예산은 2010년 4조2913억원이었지만 2013년에는 2조8238억원으로 급감했다.

누구의 책임이랄 것도 없다. 바보들이 바보 같은 짓을 계속하는 한 이런 사태는 최악의 순간까지 멈추지 않을지도 모른다. 오히려 선거철이 되면 더 늘어날 것이다. 월세상한제, 생활임금제, 사회적 경제기본법 등 새로운 인기영합 정책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국민의 일자리를 빼앗고, 산업을 무너뜨리고, 나라 경제를 수렁으로 빠뜨리는 바보들의 행진이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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