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막을 수 있었던 반도체 공장 사고

입력 2015-04-30 20:39  

남윤선 산업부 기자 inklings@hankyung.com


[ 남윤선 기자 ] 반도체업계는 지난해 이른바 ‘백혈병 사건’으로 고생했다. 반도체 공정에서 나오는 각종 성분이 종업원들의 백혈병을 유발했다는 주장이 나돌아서였다. 하지만 반도체 공정 물질과 백혈병은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없다는 게 학계의 중론이다. 공장 내에서 검출되는 백혈병 유발 의심 성분은 공기 중에 더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반도체 공장에 대한 오해가 생겼다. 업계는 지난해 내내 오해를 바로잡으려 노력했고, 이제야 겨우 수습돼 가는 중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30일 SK하이닉스의 경기 이천 공장에서 협력업체 직원 세 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질소 가스에 질식해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는 것이 SK하이닉스의 설명이다.

따지고 보면 이날 사고는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다. 질소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공정에서 두루 쓰인다. 수분을 없애줘 부품의 산화를 방지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질소에 노출된다고 질식하지 않는다. 공기 중에도 상당량의 질소가 포함돼 있다. 질소만으로 가득 찬 밀폐된 공간에 들어가야 질식한다. 질소는 색도 맛도 향도 없다. 눈으로는 방 안에 질소가 있는지, 공기가 있는지 구분할 수 없다. 반대로 말하면 방 안에 질소가 가득 차 있다고 표시만 해 놓으면, 무턱대고 들어가 질식할 일이 없다는 뜻이다.

이번 사고와 똑같이 질소 가스에 질식해 협력업체 직원이 사망한 사고가 지난 1월 한 디스플레이 공장에서도 발생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공정은 비슷하다. 디스플레이뿐만 아니라 반도체업계도 지난 1월의 사건을 보고 반면교사로 삼았으면 이번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불과 석 달 만에 비슷한 사고가 발생하고 말았다.

한 반도체업계 고위 관계자는 “근거가 부족한 백혈병 루머 때문에 자녀를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지 못하게 하는 부모도 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런 루머를 잠재우려면 업계에서 각종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노력해야만 한다. 더욱이 메모리반도체는 몇 안되는 한국의 세계 1위 품목이자 수출 1위 상품이다. 지금보다 더 많은 우수 인재들이 반도체업계로 모여야 한다. 업계가 다시 한 번 안전의 중요성을 새기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남윤선 산업부 기자 inkling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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