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제품 100% 조사 한계…식약처 "제도 개선하겠다"
업계 "타 건강제품 불똥 우려"
[ 강진규 / 고은이 기자 ] ‘가짜 백수오’를 두고 벌어진 한국소비자원과 내츄럴엔도텍 간 진실 공방이 소비자원의 승리로 끝났다.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건강기능식품의 안전과 품질관리에 대한 신뢰 추락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내츄럴엔도텍이 원재료의 90% 이상을 공급하는 백수오 간판기업이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 2월 조사에서 ‘문제 없다’는 결론을 내린 지 두 달 만에 스스로 결과를 번복한 것도 불신을 키운 배경이다. 제조회사들의 비양심적 행동과 식약처의 허술한 조사가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두 달 만에 바뀐 결론
식약처는 2월 내츄럴엔도텍의 백수오 원료를 검사했지만 별다른 문제를 찾지 못했다. 소비자원이 이엽우피소가 검출됐다고 4월22일 발표했을 당시 내츄럴엔도텍이 자사의 백수오 제품에 문제가 없다며 강하게 반발한 배경이 됐다.
하지만 두 달 만에 재조사 결과가 발표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식약처가 백수오에 이엽우피소가 혼입됐다는 결론을 냈고, 내츄럴엔도텍은 더 이상 반론을 제시하고 못하고 있다.
식약처는 2월 조사에서 백수오와 이엽우피소의 혼용을 발견하지 못해 혼란을 키웠다는 비난에 직면하게 됐다. 식약처는 2월 검사 결과 때와 검사 대상 원료가 달랐기 때문에 다른 결과가 나온 것일 뿐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당시는 내츄럴엔도텍이 작년 12월17일에 생산한 원료를 검사했지만, 이번에는 소비자원이 문제가 있다고 결론을 낸 3월26~27일 생산 원료를 대상으로 했다는 얘기다.
식약처와 소비자원의 시험법이 달라 상반된 결과가 나왔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식약처는 “사용한 공인검사법인 ‘대한민국약전외한약(생약) 규격집’ 시험법에 의해 이엽우피소가 검출됐다”며 “식약처 시험법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사전 적발할 방법 사실상 없어
식약처는 건강기능식품의 안전성을 ‘고시형’과 ‘개별인정형’으로 나눠 관리한다. 홍삼처럼 오랜 기간 생산해 온 원료는 고시를 통해 관리하지만, 새로 개발한 원료는 개별적으로 검증한 뒤 개별인정형 원료로 등록하게 한다. 개별인정형 건강기능식품 원료로 인정받은 사례는 백수오를 포함해 164건이다. 백수오는 2010년 개별인정형으로 인정받은 원료다.
인증 뒤에는 기본적으로 각 회사의 자체검사 실적을 보고받는 방식으로 관리한다. 내츄럴엔도텍은 매달 한 번씩 검사 결과를 식약처에 보고했다. 식약처는 그 결과를 보고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공장을 1년에 한 번 정도 기습 방문해 검사한다.
신영희 식약처 사무관은 “공장 내 생산과정은 업체가 자체 관리하고, 정부는 유통되는 제품을 수거해 재검사하는 방식으로 보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전에 모든 공장을 조사해 문제를 사전 방지하는 게 가장 좋지만 현실적으로 전수조사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한 번 방문조사한 공장을 재방문하기는 어려운 구조라 ‘한 번만 넘기면 된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소비자원의 조사가 없었다면 2월 식약처 검사 결과를 근거로 백수오의 인기는 계속 높아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 사무관은 “300개 백수오 제조업체의 전수조사가 나오는 대로 행정처분 조치하고 개선안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소비자 “누굴 믿어야 할지…”
식약처의 해명에도 소비자들의 불안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식약처 스스로 모든 원료를 검사할 수 없다는 점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알로에 헛개나무 등 다른 개별인정형 상품을 중심으로 의구심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백수오는 2010년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정받은 이후 시장 규모가 빠르게 확대됐다. 2013년 생산실적은 704억원으로 2012년의 7배에 달했다. 지난해 홈쇼핑 등에서 판매가 폭발해 3000억원대 시장으로 성장했지만, 이번 사태로 급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백수오를 활용한 제품의 소비자 신뢰도가 크게 하락해 소비자들이 홍삼 등 안전성이 검증된 제품으로 빠르게 이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진규/고은이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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