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신의 분노·지구의 경고…지진에 대한 인간의 두려움

입력 2015-04-30 21:23  

지진-두렵거나, 외면하거나

앤드루 로빈슨 지음 / 김지원 옮김 / 반니 / 288쪽 / 1만5000원



[ 김보영 기자 ]
네팔에서 지난 25일 발생한 대지진을 경고한 연구가 눈길을 끌고 있다. 프랑스 원자력청(CEA)에 근무하는 로랑 볼랭저 연구팀의 예측이다. 이들은 지난달 네팔에서 벌인 현장조사를 바탕으로 이번 지진이 일어난 지점에서 조만간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2주 전 발간된 네팔 지질학회지에 연구 결과가 실렸지만 지진이 일어났을 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는 못했다. 모든 지진 예측은 가능성을 제시할 뿐이어서다.

오보가 된 지진 예측 사례도 많다. 1989년 한 기후학자는 이듬해 12월3일 미국 중서부에서 대지진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지역은 일대 혼란에 빠졌다. 미주리 주민들은 지진 보험에 2200만달러를 쏟아부을 정도였다.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반대로 2009년 이탈리아의 아브루초 지역에서 작은 진동이 이어지자 정부와 과학자들은 대지진 가능성이 없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1주일 뒤 이 지역의 라퀼라시에서 진도 6.3 규모의 지진이 발생해 300여명이 사망했다.

지진을 예보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언제, 어디서 어느 정도 규모의 지진이 일어날지 누구도 모른다. 가장 파괴적 자연재해인 지진은 인류가 탄생한 이후 끌어안고 온 숙제다. 인간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신이 숙제를 내줬다고 생각해 의도를 파악하려 애쓰기도 했다. 《지진-두렵거나, 외면하거나》는 고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지진을 이해하기 위한 인간의 노력을 조명한다.

고대인들은 지진을 설명하는 다양한 모델을 만들었다.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는 바다의 신인 포세이돈이 지진을 일으킨다고 여겼다. 인도 힌두교도들은 지구를 떠받치고 있는 여덟 마리의 큰 코끼리가 가끔 지쳐 고개를 숙일 때마다 지진이 일어난다고 생각했다. 학문으로 발전한 것은 18세기 이후다. 이탈리아 의사 도메니코 피냐타로가 1783~1786년 이탈리아에서 일어났던 1181번의 지진을 기록해 처음으로 강도 개념을 도입했고, 선구적 지진학자였던 로버트 말레가 1862년 지중해 지진대 지도를 만드는 등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연구가 시작됐다.

지진은 막대한 인명 피해를 부를 수 있는 자연 재해여서 인간의 심리 상태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물리적 재앙이 아닌 ‘신의 분노’로 여기는 것이다. 마하트마 간디는 1934년 인도 북부 대지진을 겪은 뒤 “가뭄, 홍수, 지진 같은 재해는 인간의 도덕성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본에서 1923년 간토 대지진이 일어났을 때 일본인들은 불안과 공포의 화살을 조선인에게 돌렸다. 당시 열세 살이었던 일본의 명감독 구로사와 아키라는 “(지진으로 인해) 자연의 어마어마한 힘을 깨달았을 뿐더러 인간의 마음속에 자리한 엄청난 것들도 알게 됐다”고 자서전에 썼다.

지구 어디에도 지진으로부터 ‘절대’ 안전한 곳은 없다. 저자는 지진대에서 벗어난 영국에 살며 50여년간 지진 걱정이라곤 하지 않고 지냈지만 2008년 2월 말 런던 북부 링컨셔주에서 발생한 진도 5.2 규모의 지진을 겪으며 안전지대가 없음을 깨달았다. 한국도 최근 지진 발생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기상청이 지진 관측을 시작한 1978~1998년 진도 3.0 이상 규모의 지진 발생 횟수는 19.2회였지만, 1999~2014년 47.7회로 증가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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