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 65년째 매월 소집…"형식적 회의" 비효율 논란
ECB·FOMC 회의도 6~8주 단위 年8회 개최
채권시장 민감한 반응…시장 변동성 줄여 도움
[ 김유미/황정수 기자 ]
한국의 통화정책은 금융통화위원 7명의 결단에 달려있다. 하지만 이들은 뒷북치는 정책, 엇나가는 전망 탓에 ‘제 기능을 못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금통위가 회의 횟수를 줄이려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이 경우 기준금리 조정 주기가 바뀌면서 채권과 주식 등 금융시장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금통위는 1950년 6월5일 출범한 뒤 지금까지 한 달 단위로 움직였다. 정기회의는 통상 첫째·셋째 목요일이었고 이 가운데 첫째 목요일에 지급준비율과 시중금리 등 통화정책을 결정했다. 그러나 첫째 목요일엔 물가상승률 등 월초에 나오는 지표를 반영하기 어려웠다. 이에 따라 2002년부터 둘째·넷째주 목요일로 정기회의를 조정했다. 통화정책 결정 회의는 둘째주 목요일에 열리고 있다.
◆물가만큼 중요해진 성장률
금통위가 회의 일자를 재조정하려는 배경 중 하나는 지표 문제다. 경제성장률 등 국내총생산(GDP) 통계는 분기(3개월)별로 나온다. 한국은행의 경제전망도 분기마다 이뤄진다. 과거와 달리 한은의 역할은 물가안정에 머물지 않고 성장률 제고로 확대됐다. 이들 지표를 잘 반영하려면 분기 단위의 회의가 적절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통화정책 결정을 6주 간격으로 하면 분기별 2회가 된다. 한 금통위원은 “분기마다 한 회는 지표를 점검하고, 한 회는 경제전망을 수정하는 식으로 운영하는 게 가능하다”며 “경기 판단과 전망이 더 정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도 6~8주 간격으로(연 8회) 열린다. 일부 금통위원은 금리의 핵심변수인 FOMC 결과를 제때 반영하기 위해서도 6주 간격이 적당하다고 주장한다. 올해 유럽중앙은행(ECB) 정책이사회도 한 달에 한 번 열던 회의를 6주 단위로 조정했다. 6주 간격으로 하자는 논의가 국내에서 본격화한 계기였다.
매월 금리를 논의하는 것이 비효율적이란 지적도 있었다. 명절 직후이거나 경제 상황이 한 달 전과 크게 바뀌지 않았을 때는 금통위 회의가 형식에 그칠 수 있어서다. 한은 통화정책국 관계자는 “금통위 정기회의를 준비하는 데 한은 전체가 매달린다”며 “회의 횟수를 줄여서 좀 더 깊이 있는 논의를 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외국인 투자자 민감 반응할 듯
채권 등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은 크다는 평가다. 한은 관계자는 “채권시장의 ‘빅이벤트(큰 사건)’인 금리 결정 주기에 따라 투자자들의 채권 운용전략이 바뀔 것”이라며 “금리차를 중요시하는 외국인 자금이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시장 불확실성을 낮추는 효과도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둘째주 목요일은 선물·옵션 만기일이기도 해서 주가지수가 급등락할 때가 많다. 여기에 기준금리 변경까지 겹치면서 시장이 더욱 휘청이곤 했다. 금통위 회의를 옮기면 만기일과 겹치는 문제도 해결된다.
김승현 대신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금융시장에서는 금리 결정이 불확실성 요인”이라며 “금통위 회의 횟수가 줄어들면 그만큼 불확실성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변동성 줄어들 듯
금통위는 여론을 충분히 모은 뒤 방향을 결정할 방침이다. 한은법 시행령은 ‘한 달에 한 번 이상 회의를 연다’고 돼 있다. 전문가들은 시행령까지 고칠 필요는 없다고 보고 있다.
금통위 관계자는 “전체회의는 의장이나 위원 2명 동의로 언제든 추가로 열 수 있다”며 “‘거시 금융안정 상황 점검회의’를 매 분기(연 4회) 열어 가계부채 문제를 논의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 경우 금리 결정 회의(8번)를 비롯해 금통위 전체회의 횟수는 한 해 12번 이상이 된다.
김유미/황정수 기자 warmfron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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