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수입된 국산 개량종, 시장 잠식
선진국들은 '유전자 확보 전쟁'
동양 최대 규모 2400여종 보유
[ 김인완 기자 ]
![](http://www.hankyung.com/photo/201505/2015050400421_AA.9917207.1.jpg)
이택주 한택식물원 원장(사진)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영국 네덜란드 스위스 독일 일본 등 선진국들은 100여년 전부터 식물종의 유전자 확보를 위해 ‘총탄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 원장은 요즘 식물학자들과 함께 식물원법 제정을 준비하느라 바쁘다. 나무를 보호·관리 및 지원·육성하는 수목원법은 있지만 아직 지피식물, 초화류 등 자생식물 종자를 보호 및 지원·육성하는 식물원법은 없기 때문이다.
이 원장은 제주 고산식물을 비롯해 전국의 멸종위기 식물을 한택식물원으로 옮겨와 육종하고 복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는 “라일락(상품명 미스김라일락), 백합, 크리스마스트리용인 구상나무, 원추리 등 遮煐?외국 품종들이 실제는 우리 자생식물을 가져가 만든 개량종”이라며 자생식물에 무관심한 국내 현실을 꼬집었다.
이 원장은 1985년 사재를 털어 선산을 사들여 아시아 최대의 개인 사설 식물원인 한택식물원을 세웠다. 경기 용인시 비봉산 자락 65만㎡에 지금까지 300억원을 들여 수목류 1200여종과 자생화 1200종 등 총 2400여종의 국내 식물을 키우고 있다. 외국 종까지 포함하면 총 9000여종에 달한다. 이 원장은 “남북한을 통틀어 국내 자생식물은 모두 3700여종”이라며 “식물원 규모는 동양 최대”라고 전했다.
이 원장이 자생식물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국내 고유의 야생화로 알려진 봉숭아와 민들레가 거의 사라져 외국에서 들여오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뒤부터다.
이 원장은 한양대 토목학과를 나와 건설회사에 다니다가 1978년 퇴직하고 고향인 경기 용인에서 축산농의 꿈을 키웠다. 하지만 한우 가격이 폭락해 큰 빚을 졌다. 그는 “축산의 꿈을 접고 소를 키우던 초지에 야생화를 심었는데, 자생식물은 가꾸지 않아도 저절로 자란다는 사실에 매료돼 이 일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상당수 자생식물이 점차 소멸되면서 외국산이 잠식하고 있다는 현실이 안타까워 자생식물을 구하러 전국 산과 섬은 물론 티베트, 몽골까지 다녔다”고 말했다. 그는 “헬기장, 산장 등 무분별한 개발로 설악눈주목, 고추냉이 등 주요 식물들이 멸종될 위기에 놓여 있다”며 “정부와 국민 모두 자생식물 보호·관리에 눈을 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 자문기구인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인 그는 정부에 자 喧캣걋?활용한 도시·농촌 간 문화교류사업도 제안했다. 농가와 도시인들이 야산에 약초와 산나물 등 자생식물을 심고 생태체험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원장은 “식물원은 면적보다 얼마나 많은 식물 유전자원을 보유하고 있고 과학적인 연구기능을 갖추고 있느냐가 중요하다”며 “세계 최고 식물원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용인=김인완 기자 iy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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