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지급률 인상에 '당혹'
[ 고은이 기자 ] 공무원연금 논의가 마무리되는 대로 국민연금 개혁을 준비하려고 했던 보건복지부는 이번 여야 합의 내용에 당혹스러워하는 모습이다. 정치권이 제대로 된 논의를 하기도 전에 국민연금 지급률 인상 방침을 못 박아 버렸기 때문이다.
당초 복지부는 지급률은 건드리지 않을 방침이었다. 대신 연금을 받는 대상을 확대해 공적연금 보장 범위를 넓힐 계획이었는데 이 방향 자체가 완전히 틀어져 버린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4일 “공무원연금 논의가 끝나면 바로 사회적 논의기구를 구성해 국민연금의 장기 재정목표와 부과방식 전환 시점, 적정 보험료율 등을 두루 논의하려고 했는데 정치권에서 방향을 정해 버리면서 난처한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여야는 ‘공적연금 강화와 노후빈곤 해소를 위한 사회적 기구’를 구성해 8월 말까지 운영하기로 지난 2일 합의했다. 여기에서 사각지대 해소 방안과 소득대체율 인상에 따른 국민부담분 등이 논의된다. 단일안 또는 복수안이 나오면 이를 입법화하기 위한 특별위원회를 만들고 9월 정기국회에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지급률 자체를 올리기보다는 전업주부 등 현재 국민연금 미가입자를 연금에 가입시켜 실질적인 가구 보장률을 확보하는 것으로 정책 방향을 정했던 복지부는 이 같은 여야 합의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고민이다.
그동안 복지부는 기존 ‘1가구 1연금’ 패러다임을 ‘1인 1연금’으로 바꾸겠다는 의지를 보여왔다. 남편 한 명이 받는 연금 100만원으로 부부가 노후를 챙겨야 하는 상황이라면 연금액이 부족한 것이 맞지만, 전업주부도 연금에 가입해 각각 100만원씩 부부가 200만원을 받을 수 있다면 현재의 지급률도 그렇게 낮은 수준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4개월로 논의 시한을 못 박아둔 사회적 기구가 얼마나 합리적인 결과를 내놓을지도 의문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전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는 국민연금의 큰 틀을 정하는 작업을 넉 달 만에 후다닥 해치운다는 것 자체가 방향을 다 정해놓고 나머지는 거기에 끼워 맞추겠다는 뜻 아니냐”고 지적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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