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병욱 기자 ] 대우조선해양과 STX조선해양이 영업 및 기자재 구매 분야에서 공동전선을 구축한다. ‘두 회사가 힘을 합칠 경우 국내 조선업계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극복할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양사 최고경영자(CEO)의 생각이다.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를 받고 있는 STX조선이 하루라도 빨리 회생할 수 있도록 대우조선이 돕는다는 의미도 포함돼 있다.
대우조선 고위 관계자는 “대우조선과 STX조선이 협력할 수 있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고, 조만간 구체적인 방안이 나올 것”이라며 “STX조선이 경쟁력을 높이는 데 대우조선이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도 있다”고 4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두 회사가 공동으로 영업하고 공동으로 기자재를 구매한다면 양사의 협상력을 높일 수 있어 서로에 이익이 된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가진 대우조선으로부터 기술 지원을 받으면 STX조선이 고부가가치 선박을 수주하고 건조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협력 방안으로는 △공동 영업 △기자재 공동구매 △STX조선에 대한 기술 지원 등을 검토하고 있다. 발주사로부터 선박을 함께 수주한 뒤 이를 나눠서 건조하거나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자재를 한꺼번에 구매해 비용을 절감하는 방식 등이다.
STX조선 사장에서 대우조선 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정성립 사장은 지난달 말 STX조선 임직원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비록 회사를 떠나지만 다행히 회사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곳으로 가게 됐다”며 “STX조선의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양사가 협조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대우조선의 시스템과 노하우를 공유하고 활용한다면 STX조선의 원가를 낮추고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는 이번 인사를 주도한 대주주(산업은행)의 뜻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대우조선과 STX조선이 공동전선을 구축하는 것은 두 회사를 모두 겪어본 정 사장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사장은 1981년 대우조선의 전신인 옛 대우조선공업에 입사해 2001년부터 2006년까지 대우조선 사장을 지냈다.
이후 대우정보시스템 회장, STX조선 사장을 거쳐 이번에 다시 대우조선 사장으로 ‘컴백’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정 사장은 두 회사의 장단점을 정확하게 알고 있기 때문에 서로 보완할 방법도 파악하고 있을 것”이라며 “양사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추구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우조선과 STX조선 CEO들의 돈독한 관계도 협력의 단초를 제공한 배경으로 거론된다. 정 사장과 이병모 STX조선 사장은 과거 대우조선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경기고와 서울대 조선공학과 선후배 사이이기도 하다.
조선업계 안팎에서는 정 사장이 대우조선 사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산업은행에 이 사장을 자신의 후임으로 추천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정 사장과 이 사장은 최근 만나 협력 방법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는 등 꾸준하게 교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업계 일각에서는 이런 움직임이 대우조선과 STX조선의 합병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시나리오도 나온다. 두 회사 모두 산업은행이 최대주주이기 때문에 산업은행의 의지가 있다면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는 논리다. 이 같은 시나리오를 접한 정 사장은 최근 대우조선 노동조합 대표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STX조선을 인수합병(M&A)할 계획이 없다”는 뜻을 전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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