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에 '베팅'한 투자자 '쇼크'…"2분기 적자 증권사 속출할 듯"

입력 2015-05-05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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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채권금리 동반 상승

채권금리 10거래일 연속 상승…증시 최대 불확실성으로
1분기 대폭 흑자 기관투자가 채권값 하락으로 손실 불가피

금리 오르면서 코스피 하락
경기 살아나지 않으면 증시 대세상승에 '적신호'



[ 이태호/김동욱 기자 ]
지난달 14일 주택금융공사는 기관투자가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주택저당증권(MBS) 발행을 시도하다가 큰 낭패를 겪었다. 5년 만기 MBS 9200억원어치를 ‘국고채 5년물(당시 연 1.83%)+0.16%포인트’ 금리로 입찰을 실시한 결과 응찰금액이 100억원(1.08%)에 그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

MBS 발행 물량이 증가 추세인데도 연 2%도 안 되는 금리로 발행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불만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확산된 결과였다.

◆채권딜러들 “어! 이게 아닌데…”

MBS 대량 미매각 사태는 당시 저금리에 대한 기관투자가들의 ‘일시적인 반발’ 정도로 해석됐다. 하지만 이후 보름이 넘게 채권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자 시장의 당혹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벌써부터 증권사들의 2분기 유가증권운용(Sales & Trading) 부문 손실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증권사 채권중개인(브로커)은 “금리 상승 위험을 적극적으로 방어(헤지)한 곳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며 “채권 금리가 지금보다 더 오르면 2분기 영업손실을 내는 증권사들이 속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 1분기 다수 대형 증권사들은 금리 하락을 예상하고 10조원 안팎의 보유 채권을 공격적으로 운용해 각각 수백억원의 평가이익을 올렸다.

시장 전문가들은 최근 국내 채권 금리를 밀어올리는 요인으로 독일 미국 등의 금리 상승을 들고 있다. 윤여삼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미국 내 경기회복 기대감이 커지고 독일의 물가상승률이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서 주요국 금리가 단기에 급등한 여파가 국내 채권시장에도 상륙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주 독일 국채 10년물은 연 0.37%로 0.22%포인트 뛰었고, 미국은 연 2.11%로 0.21%포인트 상승했다.

여기에 국내 경기가 점차 살아날 것이라는 전망도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채권 금리가 단기 급등하긴 했지만, 워낙 많이 떨어졌던 금리가 ‘정상화’되는 과정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신얼 현대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채권 강세(금리 하락)에 길들여진 투자자들에겐 익숙하지 않겠지만 새로운 흐름이 나타날 가능성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 증시도 기로에 서다

주식시장도 적잖은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자칫 주가를 하락세로 돌려세우는 ‘신호탄’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공교롭게도 채권 금리가 오름세를 탄 이후 주식시장은 내리막길이다.

4일 코스피지수(2132.23)는 지난달 23일 고점(2173.41) 대비 1.89% 하락했고, 코스닥지수(677.90)는 지난달 21일 고점(714.52)에 비해 5.13%나 떨어졌다. 주식시장으로 자금 유입을 이끌었던 저금리 효과가 약해지면서 시장이 정체상태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최근 주요 국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금리 상승은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아니라 국제유가 반등으로 물가가 상승할 것이란 시장 예상이 반영된 것”이라며 “세계 각국 증시가 많이 오른 가운데 채권 금리가 계속 급등한다면 주식시장에 큰 악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국 금리 상승이 유가 상승 등 공급 측 요인이 강하게 작용한 것이라면 증시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이 같은 증시 환경 변화를 가장 먼저 반영한 것은 은행주와 증권주다. 유가증권시장 은행업지수는 최근 10거래일 동안 5.83% 상승했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국고채 3년물 금리가 단기 급등하면서 금리 추가 상승을 예상한 기관이 은행주 매수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올 들어 상승가도를 질주했던 증권주는 급격한 조정을 맞고 있다. 지난달 20일 이후 증권업지수는 6.38% 하락했다.

이태호/김동욱 기자 t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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