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力 커진 벤처시장

입력 2015-05-06 20:33  

여성 벤처시대
매출 1000억원 달성…주식시장 잇단 상장

기보스틸, 작년 매출 4661억…디젠 2978억·한주공업 1225억
포시에스·한국맥널티 등 올 6개 여성벤처 상장 예정
이공계 여학생 비율 20%…첨단 기술력 바탕 창업 늘어
여성벤처 수 2431개…투자받을 기회 대폭 늘려야



[ 김희경 기자 ]
최승옥 기보스틸 대표는 1978년 세일철강에 영업사원으로 입사했다. 1999년 직접 사업을 하겠다며 직원 4명과 함께 철강가공 회사를 세웠다. 동종업계 사람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여자가 무슨 철강사업을 해”라는 말도 들었다. 수주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최 대표는 좌절하지 않았다. ‘다른 업체들과 달라야 한다’는 생각에 새로운 시스템을 개발했다. 철강 구매부터 가공, 납품까지 한번에 처리 해주는 ‘연계 판매’ 시스템이다. 이후 납기를 한번도 어기지 않았다. 기보스틸은 올해 매출 5000억원을 바라보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철강업계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여성으로 ‘철(鐵)의 여인’이란 별명도 얻었다.

○1000억원 여성벤처 잇따라

벤처업계에 여풍(女風)이 세지고 있다. 기보철강뿐 아니라 매출 1000억원을 넘긴 ‘1000억 여성벤처’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상장을 추진하는 기업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여성벤처는 여성이 설립한 기업 중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따라 벤처기업 인증을 받은 회사다. 인증을 받으려며 기술력 등을 검증받아야 하기 때문에 기술강소기업이 많다. 하지만 대개 매출은 적다. 평균 연매출(약 32억원)이 일반 벤처기업(약 68억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여성벤처 1000억 클럽’이 눈길을 끄는 이유다.

기보스틸 외에 디젠, 이화다이아몬드공업, 한주금속 등이 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다. 디젠은 지난해 297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올해 30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화다이아몬드공업과 한주금속은 지난해 각각 2291억원, 122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들은 남성 위주의 제조업계에서 뛰어난 성과를 거두고 있다. 기보스틸은 철강, 디젠과 한주금속은 자동차 부품, 이화다이아몬드공업은 공업용 다이아몬드 공구를 만들고 있다. 최 대표는 “남성 중심의 업계에서 접대 한번 제대로 하지 않고도 실력과 신뢰만으로 성장한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며 “원칙에 충실한 여성벤처인들이 앞으로 더 크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상장을 준비하는 회사도 많다. 1985년부터 작년까지 30년간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한 여성벤처는 컴투스, 메디포스트 등 8개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해만 모두 6개 여성벤처가 상장할 예정이다. 지난 2월 코스닥에 상장한 포시에스를 시작으로 한국맥널티 등이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다.

○여성벤처 수 10년 만에 8배 증가

여성벤처는 양적으로도 성장하고 있다. 4월 말 기준으로 여성벤처 수는 2431개다. 2005년 308개에서 10년 만에 8배로 늘었다. 전체 벤처기업 가운데 여성벤처가 차지하는 비중도 커졌다. 같은 기간 여성벤처 비중은 3.1%에서 8.0%로 높아졌다.

여성벤처가 증가한 원인으로는 이공계에 진학한 여성이 늘어난 것이 꼽힌다. 2000년대 초 7~9%대였던 이공계 여학생 비율은 꾸준히 증가해 최근 20%대로 올라왔다. 이공계 출신 여성벤처인으로는 이영 한국여성벤처협회장이 대표적이다. 보안업체 테르텐 대표인 그는 광운대 수학과를 나와 KAIST 대학원에서 암호학 석사학위를 따고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이 회장은 “과거 인문계에 주로 진학하던 여성들이 이공계로 많이 가면서 뛰어난 기술력을 기반으로 창업에 나서는 여성도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적 성장에도 여성벤처인들의 고민은 여전하다.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선 투자를 받아야 하지만 벤처캐피털은 여성벤처에 적극적으로 투자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000년 이후 벤처캐피털 투자를 받은 여성벤처는 10개에 불과하다.

2013년 창업한 문지혜 브랜덤 대표는 “여성벤처인들은 벤처캐피털 담당자와 만나기조차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네트워크 기반이 남성에 비해 취약한 여성벤처인들이 투자자들과 접촉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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