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현 중소기업부 기자 mwise@hankyung.com
[ 조미현 기자 ] 지난달 23일만 해도 김재수 내츄럴엔도텍 대표는 억울하다고 했다. 서울 도곡동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잘 되려니까 발목을 잡는 것 아닙니까. 대한민국에서 대기업이 나오기 어려운 이유 아닌가요”라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원이 내츄럴엔도텍의 백수오 원료에서 가짜 백수오인 이엽우피소가 발견됐다고 발표한 바로 다음날이었다. 하지만 불과 1주일 만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한국소비자원의 손을 들어줬다.
김 대표는 6일 자신의 이름으로 사과문을 발표했다. 모든 잘못을 인정했다. 사태가 발생한 지 2주일 만이다. 그 사이 내츄럴엔도텍의 시가총액은 1조4000여억원이 날아갔다. 백수오는 건강기능식품 상징에서 가짜 식품의 대명사가 돼버렸다. 회사의 앞날도 불투명해졌다. 14년에 걸쳐 이뤄낸 벤처신화가 무너지는 데걸린 시간은 불과 1주일이었다.
물론 논란은 여전하다. 이날 국회에서 김승희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백수오 원료로 사용된 이엽우피소는 인체에는 유해하지 않다”고 말했다. 국회의원들은 “국민의 건강을 책임져야 할 식약처가 안전하다고 말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질타했다. 하지만 논란이 있어도 내츄럴엔도텍이 재기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최근 만난 한 바이오업체 대표는 “회사가 커지면 창업자 개인의 힘으로만 굴러가지 않는다는 걸 빨리 깨달았어야 했다”고 했다. 실제 내츄럴엔도텍은 아무런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다. 창업자는 품질을 확신했지만 공장으로는 가짜 원료가 흘러들어왔다. 안전성 논란이 공개되기 전에 임직원들은 주식을 팔아치웠지만 이를 막을 어떤 장치도 없었다. 도덕성 면에서도 치명상을 입은 셈이다. 전략도 없었다. 소비자원과 정면으로 부딪쳤지만 사태를 수습할 수 있는 퇴로는 만들지 못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외부 네트워크도 구축하지 않았다. 식약처가 회사에 유리한 결정을 내려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실제 식약처 분위기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할 수 있는 어떤 네트워크도 갖추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전문가들은 다른 급성장한 회사들도 규모에 걸맞은 시스템을 갖추지 않으면 내츄럴엔도텍 같은 상황에 언제든 맞닥뜨릴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조미현 중소기업부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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