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종필 기자 ] “8월까지 활동하기로 한 한시적인 사회적 기구가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 문제를 푸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
지난 6일 저녁 국회 본회의 직전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 밖에서 대기 중인 한 의원실 보좌진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인상’ 문구를 명시하는 문제를 놓고 여야가 하루 종일 밀고 당기는 것을 지켜본 뒤 이같이 말했다. 국회 공무원연금특별위원회 위원의 실무자료를 챙기는 비서관인 그는 “소득대체율 50% 상향을 명시한 협의체는 실패할 것이 뻔하다”고 단언했다.
그의 비관적인 전망을 증명하듯 이날 밤 긴급 소집된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는 여야 원내지도부가 문제의 문구를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의 부칙 첨부서류에 넣기로 한 잠정안을 퇴짜 놓았다. 공무원연금법 개정안과 100여개 법안을 처리하기로 했던 본회의도 취소됐다.
지난 1일과 2일 협상을 통해 양당 대표가 서명한 합의문에는 ‘공적 연금 강화와 노후 빈곤 해소를 위한 사회적 기구’를 새로 구성해 국민연금 강화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하지만 언제 어떻게 운영될지 알고 있는 의원들은 아무도 없다. 7일 오전 주호영 공무원연금특위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사회적 기구가 어떻게 구성되는지 묻자 “20인 이내로 한다고만 돼 있는데 그것도 여러 과정을 거쳐 정리해야 할 문제”라며 “일단 공무원연금법부터 통과시키고 이후에 사회적 기구에서 논의하면 된다”는 어정쩡한 입장을 내놨다.
공무원연금개혁특위 위원인 김현숙 새누리당 의원도 “아직 구체적으로 나온 것이 없다”며 “본회의가 결렬된 만큼 더 기다려야 한다”고 답했다.
공무원연금특위는 기술적인 문제인 기여율과 지급률, 모수개혁과 구조개혁 등을 논의하는 기구를 두 번씩이나 만들었다. 대타협기구를 지난 1월에 만들어 결론을 내지 못하자 지난달 초에는 실무기구라는 이름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이번에는 ‘사회적 기구’라는 실체를 알 수 없는 협의체까지 등장해 공적 연금 개혁이라는 난제를 풀겠다고 한다. 공적 연금을 진정으로 개혁하기보다는 일단 비난을 피해보겠다는 정치권의 ‘면피주의’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박종필 정치부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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