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없는데…" 소속 공무원들 '답답'
지원자 3명 중 2명, 후배 위해 용퇴 고심
[ 김재후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한 달여 공석(空席)이던 특허청장에 최동규 외교부 주케냐 대사를 지난 6일 임명하자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은 허탈감에 빠졌다.
특허청장 후보로 지원한 산업부 소속 세 명의 1급 고위 관료들이 모두 탈락해서다. 특허청장 자리는 산업부 1급 중 한 명이 차관 승진 전에 가는 코스였다. 전임 김영민 청장도 산업부 출신이었다. 그런 자리에 산업부 1급이 세 명씩이나 지원한 것도 이례적이었지만 모두 탈락한 것은 충격이라는 게 산업부 공무원들 반응이다. 지난해 이맘때 이뤄진 특허청 차장 인사에서도 후보로 올렸던 산업부 국장이 청와대 낙점에서 배제되고 내부 승진이 된 터라 더욱 그렇다.
산업부 공무원들의 심정은 복잡하다. A국장은 “산업부는 인사 적체로 지난 2년간 승진 인사가 거의 없었다”며 “이번 특허청장 인사에서도 안 풀려 인사 숨통이 언제 트일지 답답하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41개 산하기관과 900여개 유관기관을 갖고 있다. 정부 부처 가운데 산하기관을 가장 많이 거느린 산업부가 인사 적체에 시달리는 건 지난해 세월호 참사 이후 ‘낙하산 인사’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산업부 공무원들은 민간 기업으로의 이직도 여의치 않다. B과장은 “업무 특성상 산업부는 국내 모든 산업계와 연관돼 있다”며 “업무 연관성이 있는 민간기업 이직을 금지하는 공직자윤리법을 엄격히 적용하면 산업부 공무원들은 퇴직 후 갈 곳이 집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기획재정부는 최경환 부총리 취임 후 국무조정실장(추경호 전 1차관), 미래창조과학부 1차관(이석준 전 2차관)을 비롯해 광역자치단체 경제부시장(부지사) 세 명 등 다른 부처나 지방정부로 인사 물꼬를 터 산업부 공무원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특허청장에 지원한 세 명의 산업부 1급들은 묵묵히 일하는 후배들을 위해 용퇴를 고심 중이지만 갈 곳을 찾기가 쉽지 않아 답답한 심정이다.
산업부의 한 과장은 “이직할 곳 없이 용퇴하는 선배들의 모습이 우리의 미래라고 생각하면 힘이 빠진다”며 “오랜 공직생활에서 쌓은 경험과 지식을 국가 경제 발전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길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세종=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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