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당 '긴축 3년 더 유지' 공약에도 지지 받아
노동당 '부자 증세·복지 확대' 외쳤지만 참패
[ 박종서 / 나수지 기자 ] 영국 보수당은 지난 7일 치러진 총선거에서 당초 270여석을 확보할 것으로 관측됐다. 투표함을 열어본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650석 가운데 331석을 얻어 단독으로 과반 의석을 차지했다. 보수당의 압승 배경은 ‘경제’였다. 제1야당인 노동당이 복지 확대를 들고 나왔지만 영국 유권자들은 경제지표에 주목했다.
복지예산이 축소돼 당장은 힘이 들지만 그래도 지난 4년간 경제성장과 재정 건전성 확보라는 성과를 낸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와 조지 오즈본 재무부 장관 ‘콤비’의 활약을 더 지켜보고 싶다는 영국 국민들의 생각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보수당 “2019년 재정흑자”
2010년 보수당이 노동당을 제치고 집권한 뒤 영국 경제는 뚜렷하게 개선됐다.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은 0.6%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0.3%를 두 배로 앞질렀다. 2012년 런던올림픽 직후 경기가 얼어붙었을 때조차 ?유로존보다 좋았다. 막 집권했을 당시(2010년 4분기)만 해도 유로존은 0.5% 성장한 반면 영국은 0% 성장에 그쳤다.
재정적자 규모도 지속적으로 줄었다. 노동당이 집권하던 2009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11.3%에 이르렀던 재정적자가 지난해 말에는 5.3%까지 떨어졌다. 보수당은 3년만 더 집권하면 현재 860억파운드(약 145조원)인 재정적자를 2019년까지 70억파운드 흑자로 돌려놓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보수당 집권이 확실시되자 영국 파운드화 가치가 큰 폭으로 치솟은 것도 정책의 일관성이 유지되는 것을 시장이 반기고 있다는 해석이다. 출구조사가 발표되자 미국 달러화 대비 파운드화 가치는 장중 1.5% 이상 급등했다. 유로화 대비 파운드화 가치도 2% 넘게 뛰었다. 런던 증시도 보수당의 재집권 소식에 반색했다.
○비인기 정책에 대한 반발 뛰어넘어
보수당은 그동안 재정 건전화를 위한 긴축정책을 펴면서 거센 반발을 뛰어넘어야 했다. 캐머런 총리는 집권 초반 대학등록금 상한제를 없애고 대학들이 최대 세 배까지 등록금을 올릴 수 있도록 했다. 법안이 처리되자 젊은 층이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국민건강보험(HNS)이 자금난을 겪으면서 국민들의 불만도 늘어갔다. 교사들은 학교 부족과 급식 예산 부족 등을 지적하며 비판을 쏟아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부양정책으로 선회할 것을 권고했고 노조는 경제정책 수정을 요구하는 총파업을 경고하기도 했다. 2013년엔 인프라 투자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자는 노동당보다 지지율이 10%포인트 이상 뒤졌다.
하지만 보수당은 ‘일희일비’하지 않았다. 오즈번 장관을 사퇴시키라는 요구가 끊이지 않았지만 캐머런 총리는 “2015년까지 재무부 장관직을 유지할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힘을 실어줬다.
○‘고립무원’ 상태서도 친시장 정책
보수당은 인기가 없더라도 당초 공약을 끈기있게 추진했다. 선진국 최저 수준인 법인세율(23%)을 21%로 낮췄고, 올해는 20%까지 더 인하하기로 했다. 규제와의 전쟁을 선포해 1000여개의 규제를 없앴다. 영국 정부는 기업의 비용 부담을 해마다 8억5000만파운드 줄여주겠다고 약속했다.
보수당은 이번 선거에서 노동당이 내놓은 송금주의 과세제 폐기방안도 반대했다. 송금주의 과세제는 영국에서 장기체류하는 외국인들에게 5만파운드를 받고 해외에서 번 돈을 영국으로 들여오지 않는 한 세금을 면제해주는 제도다. 조세 정의를 명분으로 폐지하겠다는 노동당에 맞서 보수당은 세금수입이 줄어든다며 도입하지 않겠다고 공약했다. 캐머런 총리는 압승을 확인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를 살리는 데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정권 탈환을 기대했던 에드 밀리밴드 노동당 당수는 “선거 결과는 모두 나의 책임”이라며 당수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박종서/나수지 기자 cosm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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