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나라로 보내드린 '엄마 용돈'

입력 2015-05-08 20:58  

70대 만학도 신임순 씨
돌아가신 어머니 그리며 8년 모은 1000만원 장학금 기부



[ 김태현 기자 ] “어머니가 돌아가셨다고 매달 드리던 생활비를 딱 끊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지난 7년 동안 통장에 쌓인 돈을 대학에 기부하기로 했습니다.”

기부의 주인공은 신임순 씨(73·사진). 그는 지난 7일 부경대에 장학금 1000만원을 전달했다. 이 돈에 담긴 사연이 애절하다. 신씨는 2008년 1월 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도 여전히 살아계시는 것처럼 매달 10만~20만원을 통장에 입금했다. 그는 “이렇게 하지 않으면 엄마와 더 멀리 헤어져버릴 것 같아서…”라며 말끝을 흐렸다. 칠순이 넘어서도 어머니 호칭은 여전히 ‘엄마’였다.

6남매 중 맏딸인 그는 어머니에 대한 정이 각별하다. 자식들 공부시키려고 1958년 시골에서 부산으로 이사와 삯바느질을 하며 살림을 꾸렸고 오랫동안 투병한 아버지 병간호 등에 자신의 삶을 오롯이 바쳐야 했던 어머니의 뼈를 깎는 희생과 아낌없는 봉사를 가장 가까이서 봤기 때문이다.

통장에 돈이 모이자 그는 어머니를 위해 써야겠다고 결심했다. 신씨도 형편이 넉넉한 편은 아니다. 그러나 그는 “가정형편이 어려워 자식들을 대학에 보내지 못한 것이 엄마의 한이었다”며 “이 돈으로 어려운 학생들을 도우면 엄마도 기뻐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신씨는 비록 작은 정성이지만 이 장학금을 받는 학생들이 어머니의 희생을 한 번이라도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세상에 태어난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며 “불효하면서 자신만은 잘되기를 바라는 것은 모래 위에 성을 쌓는 것처럼 헛된 일”이라며 부모에게 효를 다할 것을 젊은이들에게 당부했다.

그는 2003년 만학도 주부특별전형으로 부경대 법학과에 입학해 한 번도 결석하지 않고 졸업했으며 박사과정까지 수료했다. 부산미술협회 등의 초대작가로 활발한 작품활동을 하며 도전적인 삶을 살고 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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