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 '798 예술구', 300여개 창작실 밀집
런던 '쇼디치' 금융자본과 만나 곳곳 갤러리·공연장 들어서
[ 김동현 기자 ] 쇠락한 도심에 예술인이 모여들고 지방자치단체가 이들을 지원하면서 문화·예술의 중심지로 거듭난 사례는 해외에서도 드물지 않다. 중국 베이징의 798예술구, 미국 뉴욕의 브루클린, 영국 런던의 쇼디치 등이 대표적이다.
중국 베이징 동북부의 다산쯔(大山子)지역에서는 군수공장 지대가 예술타운으로 탈바꿈했다. 베이징 시내 공장이 교외로 이전해 한동안 방치돼 있던 이곳에 중앙미술학원 교수와 강사들이 빈 공장을 작업장으로 삼기 시작했다. 이후 다른 예술가들도 몰려와 ‘798 예술구’라는 이름이 붙었다. 베이징시는 2005년 낡은 공장 건물을 철거하고 현대식 건물을 짓겠다고 발표했지만 예술가들의 거센 저항에 부딪혔다. 베이징시는 2006년 이곳을 ‘문화창의산업기지’로 공식 지정해 육성하기로 했다. 현재 예술구 내에는 300여개에 달하는 창작실을 비롯해 갤러리, 패션숍, 스튜디오, 레스토랑, 출판·디자인 회사 등이 밀집해 있다.
미국 뉴욕 브루클린도 예술가들이 살린 지구다. 1980년대 미국 제조업의 쇠퇴로 브루클린 내 조선·제약·설탕공장 등이 문을 닫았다. 빈 공장이 늘어나면서 슬럼화됐지만 가난한 화가와 조각가들은 이 공간을 쓰기 위해 모여들었다. 뉴욕시는 예술가들이 이곳을 가구와 액세서리, 조명을 만드는 공방으로 활용하도록 적극 장려했다. 브루클린의 덤보(Dumbo) 공장단지는 신예 아티스트의 산실로 자리 잡았다. 2003년부터 이 지역 예술가들이 제작한 작품을 선보이는 ‘브루클린 디자인’ 전시회가 열려 세계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영국에서는 런던 동부의 ‘쇼디치’가 성공 사례다. 런던 올림픽타운과 시티 금융지구 사이에 있는 이곳은 오랜 기간 낙후해 있었지만 영국 정부가 런던올림픽 개최 전 ‘문화산업 클러스터’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내놓으며 변화하기 시작했다. 지리적으로 시티 금융지구가 가까워 자본가가 많았던 점도 유리하게 작용했다. 금융자본과 예술이 만나면서 곳곳에 작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갤러리가 들어섰다. 현재는 갤러리뿐만 아니라 공연장, 디자인센터, 고급 레스토랑 등이 생겨 ‘런던의 신데렐라’라는 호칭까지 얻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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