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서도 과감한 도전 필요"
[ 뉴욕=이심기 기자 ] 일본 재계의 원로이자 대표적 금융회사인 오릭스를 이끌고 있는 미야우치 요시히코 명예회장(사진)은 “1990년대 디플레이션에 적응하기 위한 위험 회피가 일본 기업들의 패착이었다”고 말했다.
미야우치 회장은 최근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한 행사 강연(내부에서 본 일본 기업의 변화)에서 “일본 기업의 성공은 위험 감수(risk taking)의 역사였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1990년대까지 고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일본 기업들이 적극적이고 치밀하게 위험을 감수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전후 산업 기반이 완전히 붕괴된 상황에서도 기업이 공격적으로 투자를 늘리고 다양한 제품을 쏟아내면서 세계시장에 진출한 결과 1차 오일쇼크 이전인 1973년까지 연 9.2% 고도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미야우치 회장은 그러나 “1985년 플라자합의 이후 엔화가 강세로 돌아서고 정부가 이자율을 대폭 낮추면서 거품경제가 생기기 시작했고, 1990년 거품이 붕괴되면서 기업의 극단적인 리스크 회피 성향이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그는 “1993년 이후 20년간 연평균 성장률이 1% 밑으로 추락한 것은 정부의 거시정책 실패 못지않게 일본 기업들이 도전과 투자 대신 비용절감과 구조조정, 내수시장 중심의 소규모 투자로 돌아선 것도 큰 원인이었다”고 강조했다. 당시 경영진은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 공포 때문에 성공이 불투명한 연구개발(R&D) 지출은 삭감하고 저수익사업은 정리하는 식의 경영전략을 우선 채택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 20년간 장기침체에서 얻은 교훈은 디플레이션 상황에서도 성장 잠재력이 큰 프런티어시장을 향해 도전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혁신을 위한 지속적이고 일관된 경영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야우치 회장은 “1964년 창업 당시 직원 13명에 불과한 벤처기업이었던 오릭스가 올해 1조8000억엔의 순익 달성을 목표로 한 직원 3만명의 대기업으로 성장한 것도 사업을 다각화하고 인수합병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해외 진출을 추진한 결과”라고 덧붙였다. 그는 오릭스 전신인 오리엔트 리싱을 공동창업한 뒤 1980년 대표이사 겸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했다. 2010년 회장에 올랐다가 지난해 6월 CEO 직과 회장 자리에서 모두 물러났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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