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C는 자체 수리시설 없고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도 엔진정비 등 외국업체 의존
아시아나-에어부산-이스타, 청주시와 협력 양해각서 체결
KAI, 티웨이항공과 사천에 추진
[ 김순신 기자 ]
항공정비산업(MRO)이 항공업체들의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정비를 직접 하면 외부로 지출되는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데다 해외 정비 수요까지 유치할 경우 새로운 수익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13년 국내 항공기 MRO 수요는 약 2조5000억원에 달한다.
항공업계에선 중국 일본 등 동북아 항공기가 빠르게 늘고 있어 2025년에는 국내 MRO시장이 약 4조2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지난 1월 ‘MRO 육성 방안’을 내놓자 복합 MRO 단지를 조성하려는 지방자치단체와 항공업체의 연합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지자체·항공사 손잡고 MRO시장 진출
복합 MRO 단지에 가장 큰 관심을 보이는 기업은 아시아나항공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은 청주시와, KAI는 사천시와 각각 협력해 MRO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복합 MRO 단지가 완성될 경우 신규 고용창출 효과가 8000여명에 달할 것으로 기대돼 지자체 역시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에어부산 이스타항공 등은 올초 충청북도·청주시와 MRO 유치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KAI 역시 인천에어 티웨이항공 및 SIAEC JALEC 등 해외 MRO 전문업체 2개사와 양해각서를 맺었다. 인천시 역시 조만간 항공업체들과 손잡고 MRO 단지 조성에 뛰어든다는 방침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내년 중 정부의 지원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규모의 경제가 있는 산업 특성상 MRO 단지는 한곳만 새로 조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정비사업을 위한 땅이 있는 지자체와 항공기 정비 수요와 기술이 있는 항공사가 연합군을 형성해 MRO사업 진출을 꾀하고 있다”며 “지난 6일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MRO사업에 대한 외국인 투자 규제가 철폐됐기 때문에 MRO사업에 뛰어드는 지자체와 항공업체들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 1조3000억원 수입대체 효과 기대
국토교통부는 MRO사업 육성을 통해 1조3000억원의 수입대체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2013년 국내 민간항공사들이 해외 MRO업체에 낸 금액은 약 7562억원에 달한다. 자체 정비 시설을 갖춘 대한항공(진에어 포함)과 아시아나항공(에어부산 포함)도 각각 2220억원과 4180억원을 해외 업체에 썼다. 높은 기술력이 필요한 엔진 정비를 독자적으로 수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소형 항공사의 해외 MRO에 대한 의존도는 더욱 심각하다. 저비용항공사(LCC)인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과 화물전용 항공사인 에어인천은 항공기 정비를 전적으로 해외업체에 맡기고 있다. 이들이 해외에 지급한 수리비용은 2013년 1172억원에 달한다. 정비시설 부족은 잦은 결항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비사유로 인한 국내 LCC의 지연·결항률은 2013년 0.54%로, 유럽연합 블랙리스트 항공사 기준치인 0.66%에 근접해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국내 MRO사업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지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안영수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MRO사업이 성공하긴 위해서는 높은 기술력과 낮은 인건비가 필수적”이라며 “한국 기술력은 선진국에 밀리고 임금은 동남아 등 신흥국보다 높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MRO사업을 발전시키려면 정부가 군의 항공정비를 국내 MRO 사업자에게 위탁하는 등 수요 조성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항공정비산업(MRO)
maintenance·repair·overhaul의 줄임말. 안전한 운항을 위해 주기적으로 항공기를 검사, 분해, 수리하는 사업을 뜻한다. 운항 정비, 분해 정비, 엔진 정비, 구성품 정비로 나뉜다. 성장 가능성이 커 항공업계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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