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신실크로드와 유라시아경제연합(EEU) 동맹

입력 2015-05-10 14:33  

(오광진의 중국 이야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8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모스크바 정상회담에서 신실크로드 건설과 유라시아경제연합(EEU)을 연계하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입니다. 양국 정부가 중국과 EEU간 경제무역 협력파트너 협정에 서명한 겁니다.중앙아시아에서 영향력 확대 경쟁을 벌이던 두 나라가 협력모드로 들어선 것이지요.

신실크로드는 시진핑 주석이 2013년 9월 카자스흐탄, 10월 인도네이사 방문 때 실크로드 경제벨트와 21세기 해상실크로드 구축을 각각 제안하면서 일대일로(一帶一路)란 이름으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일대일로 청사진을 공개한 중국 정부는 지방정부에도 오는 9월까지 신실크로드 관련 계획을 수립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중국은 올들어 400억달러 규모의 실크로드 기금 운영에 들어갔고,올해 말 출범시킬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일대일로의 자금줄로 사용할 것이라고 외신들은 전합니다. AIIB는 창립 멤버 국가가 중국 정부가 예상한 30여개국을 웃도는 57개국으로 국제사회의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신실크로드 건설이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는 겁니다.

EEU는 푸틴 대통령이 엣소련 국가들과 상품 자본 인력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경제공동체를 만들자며 2011년부터 설립작업을 주도해 올해 1월 출범시켰습니다. 러시아 카자흐스탄 벨라루스 아르메니아 4개국이 회원국입니다. 회원뭡測?아직 작지면 EU가 40여년에 걸쳐서 설립된 것에 비해 EEU는 러시아가 주도적으로 추진한 지 4년여만에 출범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EEU 구상을 가장 먼저 제안한 인물은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입니다.그는 지난달 말 5연임에 성공한 뒤 연 기자회견에서 터키 등 40여개국이 EEU 가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중앙아시아에 꼭 필요한 프로젝트라고 강조했습니다.

신실크로드와 EEU는 중국과 러시아가 중앙아시아에서 벌이는 패권경쟁을 보여준다는 시각이 일각에서 제기돼왔습니다.신실크로드의 길목이라고 할 수 있는 키르기스스탄이 2013년 중국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을 잇는 철도 건설에서 빠지겠다고 발표하자 러시아의 영향력이 작용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었지요.키르기스스탄은 이달 말 EEU 가입을 신청할 예정입니다.EEU의 회원국인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은 AIIB의 창립멤버 국가이기도 합니다.

중앙아시아 국가들 사이에서는 EEU 가입이 자칫 옛소련 처럼 러시아의 속국으로 전락하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있어 왔습니다.게다가 서방의 제재로 러시아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러시아에 대한 경제의존도가 높은 나라일수록 대 러시아 서방제재에 따른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걱정도 제기돼왔습니다.일부 국가는 러시아와 중국 사이에서 어디로 줄타기할 지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신실크로드와 EEU의 제휴로 중국은 중앙아시아 국가들을 손쉽게 실크로드 프로젝트에 가담시킬 수 있게 됐고,러시아는 EEU 확대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습니다. 물론 중국과 러시아의 밀월이 영원할 수는 없습니다.1969년 국경분쟁으로 유혈충돌까지 벌였던 중국과 러시아의 최근 밀착행보는 미국과 일본의 신밀월에 대한 반발 효과가 만들어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걱정되는 건 시진핑이 신실크로드를 제안한 비슷한 시기에 박근혜 대통령이 제안한 유라시아니셔티브는 새롭게 재편되는 국제 질서에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박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카자흐스탄등 중앙아시아 국가 순방 때 유라시아이니셔티브와 신실크로드간 연계를 거론하긴 했지만 중국처럼 자본력과 구체적인 청사진을 내놓지 못하면서 국제사회로부터 별 반향을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2002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아시아유럽정상회의(아셈,ASEM)에서 ‘철의 실크로드’를 제안할 만큼 일찌감치 중앙아시아 포용 전략을 펴왔습니다. 남북한 종단 철도를 깔고 이어 유럽까지 잇는 철도를 통해 동반 부흥의 길을 열자는 구상에 아셈도 호응했었지요. 그러나 후일 정권 교체 이후 남북 관계가 악화하면서 한국판 실크로드 프로젝트는 물 밑으로 내려갔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한국판 실크로드를 되살릴 기틀이 된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지만 아직 결실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한국도 유라시아이니셔티브를 서둘러 가동해 신실크로드 및 EEU 등과 연계해 중앙아시아의 영향력 확보에 공을 들여야 할 것 같습니다. 중국의 신실크로드 사업을 북한의 개방을 촉진시키는 계기로 삼아야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남북한 경색국면에서 벗어나는 게 한국판 실크로드 부활의 전제요건으로 보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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