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자율출퇴근제 한 달…직원들 '불타는 금', 임원들 '그림의 떡'

입력 2015-05-10 20:39  

오전 6시~오후 10시 사이 하루 4시간 이상 자율 근무
'금요일 오전 퇴근족'·'월요일 오후 출근족' 부쩍 늘어
임원들 "월차도 못쓰는데…"



[ 주용석 / 정지은 기자 ] 삼성전자가 지난달 13일부터 시행하고 있는 ‘자율출퇴근제’가 직원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출퇴근 시간을 어느 정도 자유롭게 조절하는 게 가능해지면서 “삶의 질이 개선됐다”고 말하는 직원이 늘고 있다.

자율출퇴근제는 직원들이 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 사이에 하루 4시간 이상, 주 40시간 일하기만 하면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제도다. 삼성전자는 본사(서울 서초사옥) 기준으로 지난달 13일부터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스마트폰, TV 등을 생산하는 경기 수원사업장도 비슷한 시기에 제도를 도입했다. 적용 대상은 생산직을 제외한 전 직원으로 국내 기준 약 5만명에 달한다.

제도를 도입한 지 한 달이 다 돼가면서 삼성전자 내부에선 “사무실 풍경이 달라졌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특히 ‘금요일 오전 퇴근족’이나 ‘월요일 오후 출근족’이 부쩍 늘어났다는 게 삼성 측 설명이다. 금요일에 일찍 퇴근해 여행?떠나거나 월요일 아침 교통혼잡을 피해 느지막이 출근하는 직원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서초사옥에 근무하는 A과장은 최근 금요일 오후 2시에 퇴근해 주말여행을 다녀왔다. 아침에 여행 가방을 끌고 출근해 오후 업무를 마치자마자 곧바로 사무실을 나섰다. 덕분에 차가 막히는 시간을 피해 여유롭게 서울을 빠져나갈 수 있었다. 삼성 관계자는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야근을 해서라도 일을 다 마친 뒤 금요일에 일찍 퇴근하는 직원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워킹맘의 얼굴 표정도 밝아졌다. B차장은 요즘 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오전 10시쯤 출근할 때가 많아졌다. 과거에도 급한 일이 있을 땐 출근시간을 다소 늦출 수 있었지만, 말처럼 쉽지는 않았다. 보통 오전 8시30분까지 출근해야 했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아침밥을 먹이지 못할 때도 많았다. 그는 “이제는 한결 여유가 생겼다”며 “학부모 면담도 부담 없이 다녀올 수 있게 됐다”고 즐거워했다. 경기 수원사업장에서 일하는 한 대리급 직원은 “지난 8일 어버이날을 챙기고 점심시간에 출근했다”며 “집안 일이 있어도 반차를 내지 않고 처리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직원들의 반응이 좋게 나타나자 당초 자율출퇴근제 시행을 유보했던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도 이달 중순이나 하순께부터 이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물론 아직까지 자율출퇴근제를 활용하는 직원이 절대 다수는 아니다. 당장 처리해야 할 일이 있거나 거래처 관계 등 대외 업무가 많은 직원들은 자율출퇴근제를 거의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임원들에게도 자율출퇴근제는 ‘그림의 떡’이다. 수원사업장의 한 임원은 “임원들은 월차도 제대로 못 쓴다”고 했다. 또 다른 임원은 “1년마다 성과 평가를 받고 그 결과에 따라 회사를 계속 다닐 수 있느냐, 없느냐가 갈리는데 늦게 출근하거나 일찍 퇴근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주용석/정지은 기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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