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죄를 지었으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수감 중에는 다 죽을 것 같던 정치인 기업인 등이 막상 풀려나면 멀쩡하게 다니는 모습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법집행에도 정상참작이란 게 있다. 인지능력도 없는 88세 노인을 굳이 재수감해서 뭘 얻었는지 모르겠다. 게다가 이씨의 아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은 간암 3기라고 한다. 기업인이라면 일말의 고려 없이 기계적으로 법을 집행하는 것은 공권력의 오·남용이다.
기업인 사면·가석방 논란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업인이라고 특혜를 받아선 안 되지만 역차별을 받아서도 안 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무리한 재수감 끝에 사망한 이씨의 경우를 보면 법과 원칙 위에 대중정서가 있는 것 같다. 이씨도 그렇지만 신장이식 부작용이 심각한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재수감 결정도 영남제분 회장 부인의 호화 병실생활로 인한 여론 악화가 반영된 결과라 할 수 있다. 정부가 검토했던 기업인 가석방 논의도 소위 ‘땅콩회항’과 성완종 특별사면 논란 속에 없던 일이 돼버렸다.
경제민주화 바람에 기업인 대상 기획수사와 사정 선풍을 벌여왔던 법조다. 법 위반 기업인은 예외없이 구속돼 중형을 받았다. 더구나 사법(私法)의 영역까지 형사범죄로 처벌하니 경영활동은 도처에 지뢰밭이다. 경영판단까지 업무상 배임죄로 걸고, 뒤지다 안 나오면 별건수사로 엮어넣는 식이면 멀쩡한 사람도 견디기 어렵다. 제2, 제3의 이선애가 나와야만 이 광풍이 멈춰질 것인가. 무전유죄만큼이나 유전중죄(有錢重罪)도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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