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기세척기 등 진출 보류…실속있는 제품으로 승부
[ 정지은 기자 ] 동부대우전자의 내부 분위기가 몰라보게 달라졌다. 지난해 중반까지만 해도 여유있다 못해 한가해 보이는 임직원을 간혹 볼 수 있었지만 이제는 찾을 수 없다. 조직 전체가 긴장감에 싸인 채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임직원들의 표정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내비쳤다. 1년 전 취임한 최진균 부회장(사진)이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오며 조직에 생동감을 불어넣고 있다.
◆구원투수로 등장
동부그룹은 지난해 5월 최 부회장에게 동부대우전자를 맡길 때 구원투수 역할을 당부했다. 당시 동부대우전자는 이대로 주저앉느냐, 새로 태어나느냐의 기로에 놓여 있었다.
2013년 2월 동부에 인수돼 대우일렉트로닉스 시절을 뒤로하고 가전명가를 재건하겠다고 선언했지만 별다른 성과 없이 1년여를 보낸 터였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양강 체제가 굳어진 시장에서 동부대우전자의 존재감은 미약했다. 이대로는 2017년 목표인 매출 5조원, 영업이익 3000억원은 불가능할 것이란 회의론이 많았다.
하지만 최 부회장이 지휘봉을 잡으면서부터 변화가 시작됐다. 최 부회장은 1983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가전 분야에서만 30년 넘게 일한 가전 전문가다. 2006~2009년엔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장(부사장)을 맡아 프리미엄 가전 개발과 선진국 마케팅 강화를 통해 수년간 적자였던 사업부를 흑자전환시켰다.
◆승부 전략 재정비
‘변해야 산다’는 것은 최 부회장의 신념이다. 그는 취임 직후 회사 포트폴리오를 점검한 뒤 ‘문어발식 확장은 안 된다’고 못 박았다. 당초 2015년까지 식기세척기, 로봇청소기, 정수기 시장에 진출하려던 계획을 전면 보류했다. 냉장고 세탁기 등 기존 제품군에서 제대로 자리잡는 게 우선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는 삼성전자, LG전자 위주의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 가격은 낮고 실속 있는 제품으로 승부를 보기로 했다. 지난해 12월 ‘고품질 실용가전 전문기업’이라는 새로운 비전을 수립했다.
그럼에도 실적 개선은 지지부진했다. 지난해 매출은 1조5865억원으로 전년 대비 6.7%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70억원(2013년)에서 140억원으로 늘었지만 당기순손실 60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최 부회장은 급기야 허리띠를 졸라맸다. 물류비용을 줄이는 등 마른 수건도 한 번 더 쥐어짰다. 수출할 때 제품을 컨테이너에 실어 배로 나르는데, 컨테이너에 빈 공간 없이 제품 하나라도 더 넣도록 했다.
11일 서울 대치동 동부금융센터에서 진행한 ‘글로벌 콘퍼런스’도 최 부회장의 작품이다. 영 糖뗑?실무진을 모아 매출 극대화 전략을 토의하는 자리로, 매년 열 계획이다. 임원들과 함께 전사 경영전략을 논의하는 글로벌 워크숍도 지난해 7월부터 반기마다 열고 있다.
동부대우전자 관계자는 “최 부회장은 변화에 대한 의지가 커 여러 방면에서 다양한 발전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수시로 전략회의를 여는 등 동부대우전자 출범 후 그 어느 때보다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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