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이어 미국 국채도 투매…아시아 채권시장 '조마조마'

입력 2015-05-12 20:36  

불안한 글로벌 채권시장 - 국채값 거품 빠지나

유가 뛰면서 디플레 우려↓
미국 10년물 금리 연 2.29%…작년 12월 초 이후 최고
아시아 기업 회사채 발행 늘어…연쇄 반응 땐 투자자 손실



[ 김은정 기자 ] 미 국채 금리가 11일(현지시간) 급등(채권값 급락)했다. 3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이날 하루 동안 15bp(1bp=0.01%포인트) 뛰었다. 하루 상승 폭으론 2013년 7월 이후 최대다. 채권 트레이더들이 손해를 무릅쓰고 채권을 내다 파는 투매현상이 빚어졌다. 지난 2주 동안 독일 등 유럽 채권시장을 흔든 채권 투매현상이 미국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외국인 투자 비중이 큰 아시아 채권시장도 안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독일 채권시장 동조화

이날 미국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11bp 오른 연 2.29%를 기록했다. 작년 12월 초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하루 금리 상승 폭으로도 지난 3월6일 이후 최대다. 3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15bp 오른 연 3.05%였다. 30년 만기 미 국채 금리가 연 3%를 웃돈 건 작년 12월5일 이후 처음이다. 투자 전문매체 마켓워치는 “이날 채권쳄恙【??투매는 폭력적인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독일 국채 매도세가 확산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미국 국채시장까지 번졌다는 분석이다. 유럽 채권시장에서 이날 10년 만기 독일 국채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6bp 오른 연 0.61%에 거래됐다. 작년 12월18일 이후 가장 높다. 지난 3월 시작된 유럽중앙은행(ECB)의 대규모 양적 완화 이전 수준이다. 독일 국채 금리는 최근 2주 동안에만 53bp 올랐다. 국채 가격으로 치면 12% 폭락했다.

“채권시장, 조정기 들어섰다”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평가되는 미국과 독일 국채 금리가 급등한 것은 3월부터 ECB가 시행한 양적 완화 때문에 금리가 과도하게 하락한 데 따른 반작용이라는 해석이 많다. 과도하게 오른 국채 가격에서 거품이 빠지고 있다는 얘기다. 최근 유가가 오름세로 돌아선 것도 국채 투자 매력을 반감시키고 있다.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물가상승 압력이 커진다. 물가상승 압력이 커지면 실질금리는 떨어진다. 채권 투자 매력이 줄어드는 것이다. 데이비드 탄 JP모간에셋매니지먼트 채권 부문 대표는 “국채 투매 현상이 저금리 시대가 끝나는 신호라는 점이 확실해지면 시장에 더 큰 충격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급격히 커진 亞 채권시장 불안

여전히 호황을 누리고 있는 아시아 채권시장도 안전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있어 이에 따른 역풍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까지는 선진국 채권시장의 투매 현상이 아시아 채권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아시아 기업들이 필요한 자금을 대부분 은행 차입으로 충당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기를 거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촉발한 전 세계적인 저금리 기조 속에서 아시아 기업들도 채권시장을 활용해 투자 자금을 마련했다. 딜로직에 따르면 작년 아시아 채권시장 규모는 1조400억달러(약 1140조4640억원)정도다. 2008년 이후 3배 커졌다. 션 머피 소시에테제네랄 채권 운용역은 “불안해진 채권 투자자들이 동시 다발적으로 채권을 내다 팔면 가격이 더 급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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