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합의의 절반은 엄연히 집권여당 몫이다. 그런 합의안을 발표한 것도 김무성 문재인 두 대표였다. 실무협상팀의 잘못으로 돌려버리며 여론전 펴듯이 해선 안 될 일이다. 김 대표가 그나마 오류를 인정한 것도 여론의 비판이 혹독했기 때문일 것이다. 주무부처 장관까지 국회에서 “정부가 마술사도 아니다. 재원이 없다”며 작정하고 야당의 주장을 ‘은폐마케팅’이라 맞받아치자 궤도수정에 나선 분위기다.
새누리당은 여론의 눈치나 보며 어물쩍 넘어가려 해선 안 된다. 엄연한 여야 합의였다. 국회 규칙의 부칙에 추가하는 첨부서류라는 꼼수로 적당히 처리하려던 사안이다. 지금이라도 ‘50% 인상 합의는 잘못’이라고 인정하는 방향으로 당의 공식입장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가는 게 맞다. 향후 65년간 물경 1702조원이 더 필요한 甦ㅐ?더듬수로 적당히 되돌리려다가는 후유증만 남길 수 있다. 어제 국무회의에서 대통령도 “국민연금 관련 사항은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사회적 논의를 통해 신중히 결정하자”고 말하지 않았나.
새누리당은 공무원연금 개혁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공무원연금 개혁에 나섰던 것은 재정적자를 더는 방치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를 도외시한 어떤 모수조정도 겉돌 수밖에 없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시늉만 낸 채 국민연금을 끌어들여 포퓰리즘으로 내달린다면 여간 곤란한 일이 아니다. 하루빨리 오류를 인정해야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다. 공무원연금을 제대로 개혁하고 국민연금 재정구조의 장기 건전성을 달성할 수 있는 ‘원점의 개혁 정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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