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분석 통해 맞춤형 치료
독성 항암 치료제 대체 기대
분석장비 허가·보험적용 시급
[ 조미현 기자 ]
A씨(44)는 2013년 7월 폐암 진단을 받았다. 이후 1년 동안 엘로티닙, 알림타, 도세탁셀 등의 폐암 치료제를 바꿔가며 치료를 했지만 증세가 호전되지 않았다. 작년 7월 서울아산병원으로 옮긴 A씨는 최신 유전자 분석 기술인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을 받았다. 분석 결과, 폐암을 유발하는 ‘EGFR’ 유전자에 ‘T790M’이라는 돌연변이가 발견됐다. 치료제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이유였다. 당장 개발된 치료제는 없지만 해당 돌연변이를 치료하는 약이 마침 서울아산병원에서 임상시험 중이었다. A씨의 동의를 얻어 임상 중인 치료제를 처방하자 암세포가 줄어들면서 암 진행이 늦춰졌다.
유전자 분석 통한 돌연변이 암치료 속도
‘꿈의 치료법’으로 알려진 유전자 분석을 통한 암 치료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서울아산병원 등 국내 주요 병원이 앞다퉈 임상시험에 뛰어들면서 10년 뒤에야 가능할 것으로 예상됐던 유전자 분석을 통한 암 치료가 속도를 내고 있다. 2012년 국내 병원 중 가장 먼저 유전체맞춤암치료센터를 연 서울아산병원은 유전자 치료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신촌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도 유전자 분석 암 치료에 뛰어들었으며 서울대병원은 지난달 맞춤형암치료센터를 열었다.
2000년대 초반까지 특정 환자의 유전자 분석은 천문학적 비용과 15년에 달하는 시간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했다. 2007년 NGS 장비가 보급된 것이 대전환점이 됐다. 분석 시간이 3일로 단축됐다. 비용도 1000달러로 떨어졌다.
국내외에서 유전자 분석은 환자 치료와 의약품 개발 등에 적극 활용되고 있다. 가장 활발한 분야가 암 치료 분야다. 같은 암이어도 유전자 변이는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암 치료가 어려운 이유다. NGS 분석을 하면 변이가 일어난 유전자와 돌연변이 형태까지 파악할 수 있다. 치료제가 효과를 내지 못하게 막는 돌연변이 유전자를 골라서 치료할 수 있어 난치성 암환자에게 안성맞춤이다. 이대호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유전자 분석으로 환자별 정밀 치료가 가능해졌다”며 “암 치료 기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치료법 건강보험 적용 필요”
본격적으로 환자 맞춤형 암 치료 시대가 열릴 때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아직은 폐암처럼 특정 질병에만 치료제가 개발되고 있다. 폐암은 한국 미국 영국 등 대부분 나라에서 암 발생률 5위 안에 포함된다. 미국 제약사 화이자가 2011년 내놓은 ‘잴코리’는 유전자 ‘EML4’와 ‘ALK’가 융합, 변이를 일으켜 생긴 燦舅?치료하는 약이다. 한미약품이 개발 중인 ‘HM61713’도 EGFR 유전자 돌연변이로 발생한 폐암을 치료하는 표적항암제다. 한미약품은 지난 3월 임상 2상에 들어갔다.
국내에서는 암 치료를 위한 유전자 분석에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고 있다. NGS 장비와 분석 기술이 아직 법적으로 허가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서울아산병원 등은 자체 연구비로 암 환자 연구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제약 때문에 아직까지는 많은 환자들이 새로운 치료법을 경험하기가 어렵다. 이 교수는 “분석장비에 대한 의료기기 등록 절차 규제 완화와 함께 암 치료를 위한 유전자 분석에 보험급여를 적용하는 것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next generation sequencing. 인간 유전자 정보 전체를 빠르게 읽어낼 수 있는 기술. 이 기술의 개발로 30억쌍의 염기로 이뤄진 인간 유전자 전체를 분석하는 시간은 15년에서 3일로, 비용은 30억달러에서 1000달러로 줄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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