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수사로 기업 이미지 실추…"더 이상 물러설 곳 없다" 판단
비상경영쇄신위원회 발족
구조조정·책임경영 등 5개 분과…쇄신방안 마련해 이사회에 보고
[ 김보라 기자 ] 포스코의 25개 전 계열사 대표와 권오준 회장(사진)을 제외한 사내이사(4명) 전원이 14일 일괄 사표를 제출했다. 당장 사표가 수리되는 건 아니지만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경영 쇄신을 이루겠다는 의지다.
포스코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비상경영쇄신위원회’를 구성했다. 권 회장이 위원장을 맡고, 네 명의 사내이사와 주요 5개 계열사 대표가 위원으로 참여한다. 작년 3월 취임 이후 수익성 개선, 철강 본연의 경쟁력 강화 등 경영 쇄신을 강조한 권 회장은 최근 검찰 수사 등으로 기업 이미지가 실추되자 더는 물러설 곳이 없다고 판단, ‘배수진’을 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상경영쇄신위 어떻게 구성되나
비상경영쇄신위에는 권 회장을 비롯해 김진일 사장, 윤동준 부사장, 이영훈 부사장, 오인환 부사장 등 사내이사 네 명과 전병일 대우인터내셔널 대표, 황태현 포스코건설 대표, 황은연 포스코에너지 대표, 조봉래 포스코켐텍 대표, 최두환 포스코아이씨티 대표 등 주요 5개 계열사 대표가 위원으로 참여한다. 이들은 구조조정, 책임경영, 인사혁신, 거래관행, 윤리·의식 등 5개 분과위원회로 나뉘어 대대적인 경영 쇄신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비상경영쇄신위의 활동 시한은 정해지지 않았다. 포스코는 “정부, 투자자, 주주, 협력사 등 포스코와 관련한 모든 이해관계자의 요구사항을 청취해 분과별로 고강도 경영 쇄신 방안을 만들고 이를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고 말했다.
포스코가 비상경영쇄신위를 구성한 것은 검찰 수사를 계기로 경영 전반을 살펴본 결과 상당히 문제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취임 이후 경영 쇄신을 강조한 권 회장은 여러 차례 감사를 지시했다. 작년 말에는 신사업에 대한 대대적 조사를 벌였다. 알루미늄 마그네슘 등 신사업에 대한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 실수 등을 이유로 간부 10여명에게 감봉 등의 징계를 내렸다. 최근엔 포스코건설 베트남지사 임원의 100억원대 비자금 조성, 포스코플랜텍 등 일부 계열사 부실 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인사 조직 거래관행 등 모든 면에서 대폭적인 수술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했다고 한다.
○“옷 벗을 각오로 다 바꾸겠다”
포스코 계열사 대표와 사내이사들은 비상경영쇄신위 출범에 앞서 권 회장에게 사표를 냈다. ‘단 하나라도 문제가 발생하면 당장 옷을 벗겠다’는 각오를 다진 것이라는 게 포스코의 설명이다. 한 관계자는 “단순히 보여주기 위한 쇄신이 아니라, 문제점을 찾아내 고치겠다는 의지”라고 설명했다.
그런 만큼 쇄신은 광범위하고 대대적으로 진행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문제가 된 포스코플랜텍 등 계열사 처리 방향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하도급업체와의 거래관행도 대대적으로 수술할 전망이다. 윤리 및 의식 개조를 위한 구체적인 실천 방안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 관계자는 “이번 기회에 바꿀 건 바꾸고 잘라낼 건 다 잘라내겠다는 의지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올해 취임 2년차를 맞은 권 회장은 최근 실적 악화에 빠진 계열사와 사업부에 대한 사업 재편과 구조조정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포스코의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2010년 5조5525억원에서 지난해 3조2135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국내 계열사 46개 중 절반 이상인 29곳이 순손실을 냈고, 핵심 계열사 중 하나인 포스코플랜텍은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 지난해부터 약 30곳의 계열사 구조조정을 추진한 권 회장은 올해 사상 처음으로 부실 계열사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기도 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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