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神 콤플렉스'에 빠진 리더들

입력 2015-05-15 07:00  

경영학 카페

자신만이 올바르다고 생각

주변의 말에 귀 기울어야 큰 과오를 막을 수 있어



‘맬리스’라는 영화에서 최고의 의사를 연기하는 알렉 볼드윈은 의료사고를 저지르고 만다. 사고 보상을 위해 조사하는 과정에서 그는 조사관으로부터 질문을 받는다. 아무리 유능한 의사라도 신이 아닌 이상 실수할 수도 있지 않느냐고. 그 의사는 자신만만하게 말한다. “내가 바로 신이다.” 그 의사는 정말 자신이 신이라고 믿는 것처럼 느껴졌다.

강의를 하다 보면 전공분야가 아닌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것도 그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들 앞에서 말이다. 이런 경우에는 청중들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다. 자신들이 더 잘 알고 있다는 생각이 얼굴을 통해 읽혀진다.

프로이트의 제자였던 어니스트 존스는 자신이 신처럼 모든 것을 알고 있고, 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과대망상증을 ‘신(God) 콤플렉스’라고 불렀다. 그는 ‘신 콤플렉스’가 나이 먹은 정신분석학자가 빠지기 쉬운 정신상태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신 콤플렉스’에 빠진 사람은 자신의 생각만이 올바르다고 받아들인다. 설령 반박할 수 없는 貂탓?부딪히면 그 증거를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몇 년 전 영국 더타임스의 한국 특파원 앤드루 새먼이 쓴 칼럼의 제목이 ‘남의 말 안 듣는 한국’이었다. 그 글에서 새먼은 자신이 경험한 한국의 여러 리더들을 통해 남의 말을 안 듣는 리더들의 모습을 그렸다. 예를 들어 몇 년 전 한 다국적 마케팅 회사의 아시아·태평양 담당 최고경영자(CEO)가 거물급 한국 정치인의 초청으로 한국에 왔다. 어떻게 ‘관광 한국’의 브랜드를 만들 수 있을지 자문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그는 자료를 준비해 한국에 왔다. 그가 프레젠테이션하는 동안 그를 부른 정치인은 코를 골며 잤다.

남의 말을 안 듣는 한국 리더들은 ‘전문가의 충고’를 신뢰하지도, 존경하지도, 높이 치지도 않는다고 새먼은 걱정했다. 한국은 정부든 기업이든 외부의 자문보다는 내부 목소리에만 반응하는 사회라는 것이다. 전문가는 큰 그림을 그릴 때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큰 그림보다는 자잘한 기술적 문제 해결에만 전문가를 부른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기업이든 국가든 큰 비용을 치를 수밖에 없다.

한국의 리더들이 남의 말을 잘 안 듣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다. 그중 하나로 ‘신 콤플렉스’를 생각할 수 있다. 자신이 더 잘 알고 있다면 굳이 외부 전문가의 말을 들을 필요는 없지 않는가. ‘신 콤플렉스’는 자신에 대한 과신을 기반으로 생겨난다. 자신의 능력이나 생각을 과대평가하기 때문에 자신을 신과 동급으로 받아들이려는 성향이 생기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재미있는 연구결과가 하나 있다.

퍼듀대의 쿠퍼 교수는 미국에서 창업하는 CEO들을 대瓚막?조사했다. 두 개의 질문을 주었다. 먼저 자신이 창업하는 업종에서 창업자가 성공할 가능성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이에 대한 답변은 평균 50% 정도였다. 두 번째 질문은 그 업종에서 자신이 창업해 성공할 가능성은 어느 정도로 생각하는지 물었다.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평균 90% 이상이었다. 다시 말해 어느 업종이든 성공 가능성은 반반이지만, 자신이 창업하면 반드시 성공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남의 말을 듣는 리더가 될 수 있을까. ‘신 콤플렉스’는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먼저 자신이 신이 아님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언제나 솔직하게 충고해 줄 사람을 주변에 배치해야 한다. 아첨하는 부하들의 말을 들으면 오히려 더 자신이 신처럼 느껴질 뿐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당신은 남의 말을 안 듣는 리더인가, 남의 말을 제대로 듣는 리더인가.

이계평 < 세계경영연구원(IGM)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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