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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사에서도 미담은 드물다. ‘원화 강세로 수출전선엔 빨간불이 켜졌다’ ‘저출산 고령화로 경제활력을 잃어간다’ ‘미래 세대의 부담을 덜기 위한 개혁 논의는 표류 중이다’ 등등. 기사들은 대체로 일본식 저성장을 피해가기 어렵다는 결론으로 끝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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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신한금융투자는 2분기 주식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야말로 큰 기회”라고 역설했다. 유럽의 강대국으로 자리를 굳힌 독일처럼 한국이 변신할 수 있다는 이론이다. 독일의 생산가능인구는 1998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했다. 일본이 1995년부터였으니 거의 비슷한 시점에 저출산 고령화를 겪은 것이다.
이후 일본이 저성장에서 벗어나지 못한 반면, 독일은 재도약에 성공했다. 1999년 유로존 출범 이후 독일의 경상수지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24.2%(1998년)에서 39%(2014년)로 급증했다. 국내 수요가 고령화로 꺾이자 해외 수요에서 성장 기회를 찾은 것이다.
한국도 독일과 양대산맥을 이루는 수출강국이다. 금융위기 이후 원화 약세, 기업경쟁력 강화에 힘입어 경상수지 흑자는 매년 기록을 경신했다. 그런데 흑자 규모가 커지면 원·달러 환율이 내려간다. 수출업체들이 번 달러가 외환시장에 풀리면 원화 가치가 뛸 수밖에 없다. 외환당국이 아무리 시장에서 달러를 사들여도 환율 하락 자체를 막긴 어렵다. 최근 엔저(低)까지 맞물리면서 수출이 뒷걸음질치기 시작했다.
독일은 주변국과 똑같은 유로화를 쓰니까 환율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연구위원은 “한국이 중국과 FTA를 맺으면 비슷한 꿈을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한다. 중국의 무역수지 흑자가 한국보다 더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국의 외화보유액은 지난 10년간 연평균 20% 늘어났다. 한국(6%)보다 훨씬 빠르다.
따라서 두 국가가 교역할 때 원화보다는 위안화의 강세 압박이 더 크다. 세계 최대 소비시장인 중국과 교역량을 늘릴수록 한국은 환율 걱정을 덜게 된다는 논리다. 곽 연구위원은 “독일에 유로존은 사실상 내수시장이 됐다”며 “한국 역시 중국을 내수시장으로 삼으면 독일처럼 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수출과 환율 걱정에서 자유로워지는 날이 정말 올까. 낙관론에는 늘 많은 전제가 따른다. FTA의 실질적인 이해가 맞아떨어져 비준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여러 변수가 있다. 실질적인 효과를 볼 때까지 수출기업들이 버틸 수 있을 것인가도 문제다. 그런데도 요즘 같은 때는 시장의 낙관론에 일단 귀를 기울이게 된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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