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정화 안돼 과거엔 활짝
"내부 다 보여 민망" 민원 속출
남자는 여가부로 '원정' 가기도
[ 강경민 기자 ]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13층에서 근무하는 행정자치부 공무원 A씨는 지난달 말부터 화장실에 갈 때마다 눈살을 찌푸린다. 화장실에서 나오는 악취 때문이다. 밀폐된 공간에서 공기가 제대로 정화되지 않다 보니 악취가 화장실 안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A씨는 “문을 열어놓으면 냄새는 밖으로 나가겠지만 직원들의 프라이버시 때문에 열어놓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정부서울청사 공무원들이 최근 들어 화장실 악취에 따른 고충을 호소하고 있다. 직원들의 고충이 시작된 건 지난달 말부터다. 행자부 산하 정부청사관리소가 1층부터 19층까지 모든 화장실의 출입문을 닫아놓기 시작한 데서 비롯됐다. 청사 화장실에는 여닫이 출입문이 있지만 예전에는 문을 항상 열어놨다.
이렇다 보니 직원들의 프라이버시가 침해된다는 지적이 많았다. 복도에서 화장실 내부 모습이 고스란히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변기의 물 내리는 소리까지도 복도에서 크게 들릴 정도였다. 1967년 정부청사를 착공할 때 殆便湧?프라이버시를 고려하지 않은 채 화장실을 만든 탓이다. 여성 공무원들을 중심으로 화장실 출입문을 닫아달라는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정부청사관리소는 직원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지난달 말부터 모든 화장실 출입문을 닫았다. 하지만 이때부터 화장실 악취라는 또 다른 부작용이 나타났다. 정부청사관리소 관계자는 “정부청사가 지어진 지 40년이 넘은 탓에 화장실 면적이 좁은 데다 공기정화장치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예전에 출입문을 열어놓았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악취는 남성 화장실에서 더욱 심하다는 게 대다수 공무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최근에 상대적으로 남성 공무원이 많지 않은 여성가족부가 입주한 17층과 18층의 남성 화장실로 ‘원정’가는 다른 부처 소속 남성 공무원들도 많아졌다.
정부청사관리소는 화장실 면적을 지금보다 대폭 늘리고 공기정화시설을 전면 개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수억원의 예산이 들어가는 탓에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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