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소주계의 허니버터칩' 순하리 열풍…스테디셀러 될까?

입력 2015-05-17 08:42   수정 2015-05-17 09:19


소주업계가 ‘과일’에 푹 빠졌다.

롯데주류가 내놓은 ‘순하리 처음처럼 유자(순하리)’가 허니버터칩 열풍에 비견될 만한 품절 사태를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무학의 좋은데이도 ‘컬러시리즈 3종’으로 과일소주 시장에 발을 디뎠다. 참소주를 만드는 금복주도 ‘과일소주’ 대열에 합류할 예정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의 과일 소주 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순하리는 출시 한 달여 만에 150만 병 이상 판매됐다. 소주 시장에선 보기 드물게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마트와 편의점 등 일선 매장에서 품절 행진을 벌이고 있다.

편의점 CU에서는 5월 들어 전체 소주 매출의 8.2%를 순하리가 차지했다. 순하리가 품절 사태로 인해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는 점, 경쟁 주류로 분류되는 청하나 매화수 등의 리큐르가 점유율 1%대 미만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인기다.

업계에서는 벌써 ‘주류업계의 허니버터칩’이라고 부르며 ‘대박’을 예감하고 있다.

사실 과일소주 시장은 아주 새로운 시장은 아니다. 과일주를 담글 목적으로 만들어진 대용량 소주가 인기리에 팔리고 있고 소주에 타 먹는 매실액, 홍초류도 한 때 식당가에서 ?敾?탔다.

90년대 말에는 두산주류가 출시한 리믹스가 체리, 레몬 등 다양한 과일맛 소주를 선보인 바 있다.

외국에서도 앱솔루트와 스미노프 등 글로벌 보드카 브랜드들은 이미 2000년대 중반부터 다양한 과일향을 첨가한 보드카를 출시해 왔다. ‘남자들이 즐기는 독한 술’이라는 이미지를 지우고 주류시장의 새 타깃으로 떠오른 젊은 여성 고객층에게 어필하기 위해서다.

국내 소주업계가 과일 소주로 눈길을 돌린 것도 같은 이치다.

2000년대 들어 가속화된 저도수 경쟁이 한계에 다다르면서 도수를 더 낮추고도 맛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으로 과일맛 소주를 선택한 것이다.

‘소주는 써서 싫다’는 소비자층과 ‘과실주는 비싸다’는 소비자층을 모두 아우르기 위한 전략이다.

실제 도수로 보면 순하리는 14도, 좋은데이 컬러시리즈는 13.5도로 소주보다 청주나 와인에 가까운 포지션이다. 하지만 병은 기존 소주병을 그대로 이용하고 있다.

마케팅은 ‘저도수의 단 맛’을 강조하되 ‘값싼 국민주’라는 소주의 정체성을 유지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과일 소주 열풍이 길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소주와 경쟁하기엔 도수가 너무 낮아 기존 소주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기 어렵고 도수에 맞춰 매화수, 청하 등에 마케팅 포인트를 맞추면 결국 제 살 깎아먹기가 된다는 것.

결국 소주와 매화수 사이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지 못하면 잠깐 스쳐가는 유행으로 끝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소주업계 부동의 1위 하이트진로가 순하리 열풍에도 움직이지 않고 있는 것도 이런 분석과 궤를 같이 한다.

하이트진로는 오히려 지나친 저도수 경쟁에 소주가 너무 묽어졌다는 불만을 받아들여 ‘소주는 소주다워야 한다’는 마케팅을 펼치며 20.1도짜리 참이슬 클래식을 전면에 내세웠다.

하이트진로는 이미 2012년 ‘참이슬 애플’을 한정판으로 내놨었다. 순하리 열풍이 불면서 참이슬 애플도 재출시설이 돌고 있지만 하이트진로 측은 “아직까지 전혀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김아름 한경닷컴 기자 armij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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