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맥 못추는 '세계 1·2위' 자라와 H&M

입력 2015-05-17 21:37  

자라, 지난해 국내 진출후 첫 영업적자
H&M, 토종 SPA에도 밀려 5위로 추락
국내 소비자 취향 안맞고 가격도 비싸



[ 김선주 기자 ] 세계 1위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인 자라와 2위인 H&M이 한국 시장에서는 맥을 못 추고 있다. 국내 SPA 시장의 최고 강자인 유니클로에 밀리는 것은 물론 스파오·에잇세컨즈·탑텐 등 토종 SPA 브랜드에도 성장세를 추월당해 입지가 쪼그라들고 있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자라의 한국 법인인 자라리테일코리아는 지난해 79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2008년 한국에 진출한 이후 6년 만의 첫 영업적자다. 매년 두 자릿수로 늘어나던 매출도 지난해 처음으로 한 자릿수(4.6%) 증가에 그쳤다.

H&M의 한국 법인인 에이치앤엠헤네스앤모리츠도 2년 연속 영업이익이 반토막났다. 2013년 전년 대비 53.7%, 지난해 46.8% 영업이익이 줄어들었다. 매년 30~40%대 증가하던 매출은 지난해 12.8% 증가에 그친 1383억원이었다. H&M은 2013년에 이어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이랜드월드의 스파오(1710억원), 제일모직의 에잇세컨즈(1490억원)에 밀려 국내 SPA 시장에서 5위로 떨어졌다.


자라의 모기업인 스페인 인디텍스와 H&M의 모기업인 스웨덴 에이치앤엠헤네스앤모리츠인터내셔널AB는 지난해 전 세계 매출이 각각 181억유로(약 22조원)와 1514억크로나(약 20조원)로, 세계 SPA 시장에서 1, 2위를 차지했다. 미국의 갭이 3위다. 두 회사는 4위인 유니클로의 모기업 패스트리테일링(1조3804억엔·약 12조원)보다는 2배 가까이 매출 규모가 크다.

업계에서는 자라와 H&M이 유독 한국 시장에서 고전하는 이유로 ‘현지화 실패’를 꼽는다.

의류업계 관계자는 “한국 소비자는 SPA를 한 번 입고 버리는 소모품이 아니라 중저가 토종 캐주얼의 대체재로 여긴다”며 “자라와 H&M의 디자인이 지나치게 화려한 데다 봉제선 등에서 품질 불량이 자주 나오면서 소비자가 이탈했다”고 말했다.

이들 브랜드는 기능성 경쟁에서도 뒤진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오수민 삼성패션연구소 연구원은 “에잇세컨즈의 원더아이스, 유니클로의 히트텍, 탑텐의 온에어 등 SPA 브랜드들이 발열·냉각 의류를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며 “깐깐한 한국 소비자는 스포츠·아웃도어뿐만 아니라 SPA에서도 기능성을 선호한다”고 분석했다.

SPA 브랜드치고 비싼 가격대도 인기 하락 요인으로 지목됐다. 현재 자라·H&M의 원피스는 6만~13만원대, 셔츠·블라우스는 5만~9만원대다. 반면 유니클로·스파오의 셔츠는 1만~2만원대, 탑텐의 원피스는 9000~2만원대다.

H&M이 올 봄 시즌 주력하는 상품은 39만9000원짜리 ‘컨셔스 익스클루시브 첨볼?rsquo;의 한정판 시퀸드레스다. 하지만 유니클로의 리넨 드레스와 스파오 청바지는 1만2900원, 탑텐의 그래픽 티셔츠는 9900원에 불과하다.

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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