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과 실시간 소통…조직문화 새 바람 기대
[ 송종현 기자 ]
석유화학, 기계, 에너지 등 ‘중후장대(重厚長大)형 업종’에 1980년대 대학에 들어간 80년대 학번 최고경영자(CEO)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연령대로는 40대 후반~50대 초반이다. 주로 국내에서 공학을 전공하고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이전 세대와 달리 해외 유학을 거쳐 전략·기획부문에서 경력을 쌓은 인물이 많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들은 직원과의 소통과 감성 공유 등을 강조하고 있어 위계질서를 중시해온 업계의 기업 문화를 바꾸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전문성 갖춘 젊은 CEO 기용
중후장대 업종은 세대교체가 늦은 편이다. “위계질서를 중요시하는 업종 특성상 CEO의 나이가 적으면 생산현장의 비슷한 연령대 직원을 장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결과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실제 이 업종에는 장기간 현장경험을 거친 ‘백전노장’ CEO가 많다. 서울대 화학공학과 70학번 동기인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 등이 대표적이다.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서울대 조선공학과 65학번),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서울대 조선학과 68학번)도 건재하다.
그러나 최근에는 80년대 학번 CEO들의 전문성과 젊은 감각에 높은 점수를 주고 이들을 과감히 기용하는 회사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30일 한화토탈과 한화종합화학 대표로 선임된 김희철 부사장(51)은 서울대 화학공학과 82학번이다. 36개 한국석유화학협회 회원사 중 80년대 학번 CEO를 배출한 곳은 한화토탈 한화종합화학뿐이다. (주)한화 기계부문 대표를 맡고 있는 김연철 전무(54)는 연세대 기계공학과 80학번이다. 2012년부터 (주)한화가 지난해 흡수합병한 옛 한화테크엠의 대표이사를 맡아 올해로 3년째 대표를 맡고 있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SK E&S의 유정준 사장(53)이 고려대 경영학과 81학번이다. 2013년부터 SK E&S를 이끌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 등을 펼치는 코오롱워터앤에너지의 이수영 부사장(47)은 서울대 노어노문학과 86학번이다. 2012년 대표이사로 선임된 코오롱그룹 최초의 여성 CEO다. 코오롱그룹 화학소재 계열사인 코오롱글로텍 최석순 사장(51)은 1982년 서울대 지리학과에 입학했다.
◆위계질서보다는 소통 중시
80년대 학번 CEO들의 경영 DNA는 조금 다르다. 해외에서 공부하고, 전략·기획 업무를 거친 사람들이 상당수다. 유정준 사장은 미국 일리노이주립대 대학원 회계학과를 졸업했다. 임원시절 내내 전략 및 재무분야에서 일했다. 이수영 부사장은 미국 노스웨스턴대 켈로그 경영학 석사(MBA) 학위를 받았으며 그룹 전략기획팀장, 코오롱워터앤에너지 전략사업본부장 등을 거쳤다.
김희철 부사장은 미국 워싱턴대 MBA를 졸업했다. 카리스마로 무장한 선배 CEO와 달리 직원에게 겸손하고, 감성적으로 다가가는 스타일이다.
지난 4일 취임식을 연 김 부사장은 곧바로 충남 대산공장 현장을 찾아 하루 종일 직원과 소통했다. 유정준 사장은 매달 한 차례 1개 팀원과 영화감상 등 문화활동을 함께한다. 분기에 한 번 ‘커뮤니케이션 데이’를 열어 직원과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는 시간을 갖는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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