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기업 '원고 쇼크'] '환손실' 현대차, 브라질서 고가모델 더 팔고도 매출은 11% '뒷걸음'

입력 2015-05-18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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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국 통화 약세 '직격탄'
비싼 재료 사 제품 싸게 팔아…본사 원화 환산땐 2차 손실

일본·유럽 기업은 '콧노래'
가격 경쟁력 크게 높아져…전자·차·조선 매출 급증



[ 정인설 / 김보라 기자 ]
현대자동차 브라질 공장은 지난 1분기에 4만3000대를 팔았다. 작년 1분기와 같은 판매량이다. 1년 전보다 전략 차종인 HB20의 고가 모델을 10% 이상 더 팔았지만 원화 표시 매출은 되레 11.2% 줄었다. 1년간 브라질 헤알화 가치가 원화 대비 16% 떨어졌기 때문이다. 비용은 그대로인데 매출만 줄면 자연스럽게 이익도 감소한다.

KB투자증권에 따르면 현대차는 1분기에만 환율변동으로 3500억원가량의 손해를 봤다. 주력 시장인 신흥국 통화와 유로화 가치가 떨어진 데다 엔화까지 약세를 보인 탓이다. 엔화·유로화·신흥국 통화의 동시 약세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은 현대차뿐만이 아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전자 자동차 철강 조선 기계 등 수출비중이 큰 5개 업종의 10개 기업(업종별 매출액 상위 2개사, 조선은 3개사, 기계는 1개사)이 1분기에 입은 환율 관련 손실은 3조원에 이른다.

○최악의 환율 상황

국내 기업의 환손실은 크게 생산 과정과 손익 인식 과정에서 두 차례에 걸쳐 발생한다. 해외 생산 과정에서는 달러화와 현지 통화 간 관계에서 나온다. 예를 들어 LG전자 멕시코 공장과 브라질 공장은 달러화로 TV 패널을 구입한 뒤 현지에서 TV를 생산해 현지 통화를 받고 판다. 지난 16일 기준 달러화 대비 멕시코 페소화와 브라질 헤알화 가치는 2013년 말과 비교해 각각 14.9%와 27.2% 하락했다. 이로 인해 비싸게 부품을 사서 싸게 완제품을 파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국내 기업의 러시아 공장 상황은 더 심각하다. 1년여간 달러화 대비 루블화 가치는 50% 이상 하락했다. 러시아에 생산 라인을 두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 현대차 등은 현지 생산 비중을 늘리며 환차손을 줄이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부품을 100% 현지에서 조달할 수 없어 일정 부분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

환율 관련 손실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국내 본사에서 손익을 인식하는 단계에서 2차 손실을 본다. 국내 기업은 분기 말 결산을 할 때 해외 법인의 손익을 원화 기준으로 환산한다. 수년간 원화가 신흥국 통화보다 강세여서 신흥국에서 돈을 많이 벌었다 하더라도 원화로 바꾼 손익은 줄어든다.

○유로화는 설상가상

한국 기업들은 엔화 가치 약세로도 고전하고 있다. 한국 기업과 경쟁 관계에 있는 일본 기업이 엔저(低)를 등에 업고 가격을 내리고 있어서다. 국내 조선업계가 엔저의 대표적 피해자로 꼽힌다. 일본 조선업체들이 1분기 들어 엔저 덕에 저가로 수주량을 늘리고 있다. 지난 1월 일본은 약 7년 만에 국가별 수주량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유로화 약세 피해는 더 크다. 전자나 자동차산업에서 한국 기업은 유럽 기업과 경쟁하고 있는 데다 유럽은 국내 기업의 주요 시장이어서 유로화가 결제 통화로 쓰이기 때문이다. 유럽 기업이 가격 경쟁력을 강화해 1차로 피해를 본 한국 기업은 유럽시장에 제품을 팔면서 유로화 약세로 2차 손실을 입는다. 독일 밀레나 지멘스 등과 유럽 가전시장에서 경쟁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단적인 예다.

반면 유럽과 일본 기업들은 환율 덕분에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 독일 폭스바겐은 지난 1분기에 1년 전보다 판매량을 2% 늘렸다. 같은 기간 매출은 10% 증가했다. 매출액 증가분의 30%가 환율 효과였다. 일본 닛산은 2014회계연도(2014년 4월~2015년 3월)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912억엔 증가했다. 이 가운데 엔저에 따른 이익 증가분이 686억엔으로 전체의 75.2%를 차지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원화가치의 상대적 강세로 국내 기업의 수출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지만 정부의 대책이 없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정인설/김보라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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