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중고'에 줄줄이 문 닫는 헤지펀드

입력 2015-05-18 21:15  

실적 부진, 까다로워진 투자자, 규제 강화

타이거샤크·JAT캐피털 등 청산
창업주 개인재산 운용사로 변경



[ 뉴욕=이심기 기자 ] 첨단 금융기법을 동원한 과감한 베팅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을 헤집고 다니던 헤지펀드가 줄줄이 문을 닫고 있다. 변동성이 커진 시장과 이에 따른 낮은 수익률, 고액 수수료에 대한 투자자의 불만과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가 원인으로 꼽힌다.

18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타이거샤크, 타이거컨슈머, JAT캐피털매니지먼트 등 3개 대형 헤지펀드가 최근 청산하기로 결정했다. 이들 펀드는 한때 타이거펀드로 명성을 날렸던 줄리언 로버트슨의 ‘제자’들이 설립, 운용해온 펀드다. 이들은 고객이 맡긴 투자금을 돌려주고 창업주 개인 자산만 운용하는 가족투자회사(패밀리 오피스)로 업종을 바꾸기로 했다.

○마이너스 수익률 낸 뒤 청산

2001년 설립된 타이거샤크는 2011년 두 자릿수의 손실을 기록했고, 올해 1월에도 1.9%의 손실을 입었다. 이 펀드는 지난 3월 투자자에게 청산 방침을 통보했다. 운용자산이 17억달러인 JAT캐피털도 2013년에는 30.6%에 달하는 수익률을 기록하며 가장 성공적인 헤지펀드로 평가받았지?지난해 기술주 투자 실패로 11%의 손해를 본 뒤 펀드를 해산하기로 결정했다. 타이거컨슈머 역시 지난해 -1.1%의 수익률을 내는 데 그쳤다. NYT는 이들 3개 펀드의 청산이 변덕스러운 금융시장에서 헤지펀드가 더 이상 과거의 화려한 수익률을 내기 어렵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세계 최대 사모펀드 블랙스톤이 투자한 헤지펀드 덴조이캐피털파트너스도 최근 실적 악화를 이유로 청산을 결정했다. 지난해 예상과 다른 유로화 약세로 큰 손실을 입은 데다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로 펀드 운영비용이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비우량채권에 투자해 손실을 본 채권투자 전문 헤지펀드 골드브리지캐피털파트너스도 지난달 문을 닫기로 결정했다.

최근에는 유로화 가치가 계속 하락할 것으로 보고 유로화를 빌려 달러화 자산에 대거 투자한 헤지펀드가 큰 손해를 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유로 캐리트레이드를 한 펀드들이 3월 이후 3.5%의 손실을 입었다고 UBS그룹의 자료를 인용, 보도했다. 시장조사기관인 헤지펀드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청산을 결정한 헤지펀드만 864개에 달한다.

○과도한 수수료에 투자자 불만도

일부 투자자는 헤지펀드가 실적은 형편없는 반면 수수료를 지나치게 많이 받고 있다며 불만을 제기했다. 실적에 상관없이 헤지펀드 매니저가 매년 운용자산의 2%, 수익의 20%를 챙기는 ‘2-20 룰’을 적용해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헤지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3%로 S&P500지수 상승률 13%의 3분의 1에도 못 미쳤다.

캘리포니아 공무원퇴직연금(캘퍼스)은 이 같은 이유로 지난해 9월 헤지펀드에 맡겼던 40억달러의 자산을 모두 회수하기로 결정했다. 기관투자가들이 최근 6개월간 헤지펀드에 맡긴 투자금을 회수한 규모만 346억달러에 달한다. 헤지펀드가 투자기업에 자사주 매입 등 주가부양책을 요구하는 투자전략에 매달리는 것도 단기수익률 향상이라는 압박에 쫓기기 때문이라고 NYT는 분석했다.

헤지펀드 중에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등록이 필요 없는 가족투자회사로 변신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한 헤지펀드 소속 변호사는 “막대한 재산을 가진 헤지펀드 매니저가 변덕스러운 시장과 투자자를 상대하기 부담스럽다면 선택은 하나밖에 없다”며 “투자자들에게 돈을 돌려주고 자기 재산을 운용하는 데만 집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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