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세대 동문 가수들 불러모은 '노래방수업' 교수
- ‘오월의 별 헤는 밤’ 콘서트를 주도했다고.
“스토리가 있다. 작년에 (정갑영) 총장님과 만나는 자리에서 130주년 기념으로 동문 가수 모아 공연하면 어떻겠느냐고 했다. 총장님이 윤형주 선배님도 같은 말을 했다고 하더라. 그러면서 ‘130주년에 딱 맞출 게 뭐 있느냐, 당장 올해부터 하자’고 말했다. 의기투합해 바로 시작했다. 올해가 두 번째다.”
- 윤동주의 시도 생각나고 ‘시월에 눈 내리는 마을’ 콘서트도 연상되는 이름이다.
“개교기념일이 있는 매년 오월에 열린다. 동문 뮤지션들도 출연하지만 이름 역시 동문인 경신이(황경신 작가)가 앉은 자리에서 오분 만에 지어줬다. 다들 힘을 모았다. 전원 재능 기부로 출연한다. 가요계 인연이 있어 직접 섭외했는데 고맙게도 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무대는 한정돼 있는데 출연하고 싶은 친구들이 많아 말리느라 애 먹었다. (웃음)
학교 행사면 당연히 하는 거지, 뭘 전화까지 하느냐고 하더라. 스윗소로우는 스케줄도 안 보고 무조건 오케이 했다. 덕분에 눈 깜박할 새 섭외를 마쳤다. 윤종신 같은 친구는 정말 하고 싶어 했는데, 이미 확정된 콘서트 계약 조건 때문에 이번엔 불참했다. 촬영 일정이 잡혀 있는 손준호도 내년엔 꼭 출연하겠다고 했다.”
- 기획에 섭외, 직접 출연까지 한다.
“그렇게 됐다. 이번 출연진 가운데 박진영, 에일리 제외하곤 다 섭외했다. 박진영은 대학원 지도교수가 김기정 교수(정치외교학과)니까 김 교수가 섭외하고.”
- 가요계 활동을 많이 한 것도 아닌데 어떻게 섭외까지 다 했나.
“다 네트워킹이다. 작년부터 싱어송라이터협회장 맡고 있기도 하고. 대뜸 전화부터 걸었다. 일단 내가 만든 ‘연’이나 ‘사랑하는 사람아’ 같은 곡 얘기하면 ‘아, 네 선배님’ 이렇게 되니까. (웃음) 제일 중요한 건 연대 동문이란 거다. 그러니까 뻔뻔하게 얘기할 수 있는 거지. 중간에서 (김)광진이가 다리를 많이 놔줬다.”
- 한대수씨는 특별한 인연이 있다고 들었는데.
“이번 출연진 중 연세와 가장 큰 인연을 갖고 있다. 할아버님이 한영교 초대 연합신학대학원장이다. ‘옥의 슬픔’ 노랫말이 어린 시절 학내 공관에서 살았던 한대수씨의 자서전적 얘기다. 한대수 가사집 ‘사랑은 사랑, 인생은 인생’을 보면 알 수 있다. 학교 출신 ?아닌 가수들도 인연이 있다. 알리는 디지털타임스 대표 조명식 동문 딸, 조규찬은 동문 가수 해이의 남편이다.”
- 의미 있는 무대가 되겠다.
“생각해봐라. 동문들이 힘을 모아 작명부터 출연까지 전부 다 한다. 어떤 대학도 이런 행사를 만들기 쉽지 않을 거다. 연세가 개인주의적 성향이 좀 강한 이미지인데, 그런 걸 좀 바꿔보고 싶었다. 동문 개개인이 모두 빛나는데 함께 모이면 더 큰 빛을 발할 수 있지 않겠나.”
- 행사 얘기만 했지만 인정받는 연구자(언더우드특훈교수)다. 연구 주제가 뭔가.
“당 생물학이다. 구체적으로는 분자 하나로 된 당인 오글루낵(O-GlcNAc)을 주로 연구했다. 사람의 영양 상태에 따라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질문 하나 하자. 생명에게 산소와 영양분 중 뭐가 중요할 것 같은가? 영양 물질이 더 중요하다. 산소 없이 살아가는 생명체도 많지 않나. 당뇨나 암 발생과 전이, 알츠하이머 같은 신경계 질환과도 관여된다.”
- 1979년 가요제 수상으로 가요계에 데뷔했다. 원래 노래에 관심이 많았는지.
“사실 내가 만든 노래를 평가받아 보고 싶었지, 가수가 되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덜컥 상을 받았다. 내 노래가 통하는구나 싶어 기분 좋았다. 그때 발표한 3곡이 모두 인기를 끌었다. ‘사랑하는 사람아’는 당시 여대생 대상 설문에서 최고의 노래로 뽑혀 영화 제목으로도 쓰였다. OST로 삽입된 건 아닌데 제목만 딴 거지.”
- 교수가 돼서도 가요제를 기획한 걸 보면 꾸준히 음악에 관심을 가졌던 것 같다.
“가요제 아이디어는 동문회가 냈고 내가 집행한 거다. 연고전 끝난 뒤 동문 한마당 행사를 한다. 그때 동문과 재학생이 만나는 행사로 가요제를 했다. 1회 대상 받은 친구가 11살 연상 정세진 아나운서와 결혼한 게 기억난다. 가요제 모임 할 때 동문인 세진이를 불렀는데 인연이 된 거지. 어쩌다 내가 중매 선 것 비슷하게 됐는데 양복은 안 받았다. (웃음)”
- 이번에 앨범도 냈다. 첫 앨범이 되는 건가?
“그렇지. 예전에 활동할 때 옴니버스 앨범 말고 독집 앨범은 안 냈다. 앨범 내고 활동하면 정작 공부를 못할 것 같아서 포기했다. 그러니 이번 앨범이 데뷔 첫 정규 앨범이다. 내 목소리가 더 망가지기 전에 표현해보고 싶었다. 디지털 음원은 출시됐고 CD는 이달 말쯤 나온다.”
- 타이틀곡 ‘아빠의 노래는 별이 되어’는 무슨 내용인가.
“연구하느라 바쁘게 살았고 애들은 일찍 유학 갔다. 그러다 보니 함께 보낸 시간이 부족했다. 그동안 아빠로서 애들에게 해준 게 너무 없더라. 그래서 이곡을 만들었다. 첫머리에 ‘수현아, 정수야’ 하고 부르면서 시작한다. 원래는 ‘아들아, 딸아’ 하려 했는데 진정성이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허락받고 이름을 넣었다. 강의 시간에 학생들에게 노래를 들려줬더니 많이들 울더라.”
- 그간 노래방 수업으로 유명했지만 직접 앨범을 내긴 쉽지 않았을 텐데.
“주위에선 언더우드특훈교수도 됐는데 연구나 교육에 힘써야 하지 않겠느냐고 한다. 하지만 내게 노래는 충전이다.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다. 연구는 교수의 기본이다. 하지만 전공과 무관하게 사진도 찍고 시도 쓰지 않나. 나는 노래를 만들고 부를 뿐이다. 특별한 것도 아니다.
일상에서 말하고 느끼는 것들을 노래로 만들어 앨범에 넣었다. 예전 노래방 수업 할 때 봄에 학생들과 함께 차 타고 캠퍼스를 가는데 벚꽃이 폈어. ‘야! 우리 벚꽃 불 지르러 가자!’ 그랬다고. 그 타이틀로 노래를 만들었지. 이번 앨범에도 백양로 가요제 출신 학생들이 많이 참여했다. ‘연애금지’는 1982년에 만든 곡인데 이번에 빛을 보게 됐다.”
- 한번 생각하면 행동에 옮기는 성격인 것 같다.
“학생들에게 말하곤 했다. 연대 출신 뮤지션이 참 많다, 노천극장에서 함께 공연하면 좋겠다고. 결국 행사를 마련하지 않았나. 말한 건 직접 해보는 성격이다. 이번 무대에선 세 곡씩 부른다. ‘연’, ‘사랑하는 사람아’와 함께 신곡 중에선 ‘아빠의 노래는 별이 되어’와 ‘연애금지’를 이틀 동안 나눠 부를 계획이다. 연습 열심히 하고 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사진= 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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