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데이터 중심 요금제 확산이 단통법 덕분이라니…

입력 2015-05-19 20:42  

KT, LG유플러스에 이어 SK텔레콤이 잇달아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내놓자 정부와 여당은 마치 자신들의 성과물인 양 선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새로운 요금제를 인가하면서 데이터 중심 요금제 도입이 마무리됐다는 것이다. 다른 나라에는 없는 요금인가제라는 규제를 갖고도 정부의 공으로 돌린다는 것이 낯뜨거운 일인데, 미래부는 한술 더 떠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의 효과라고 우긴다. 어이가 없다.

SK텔레콤이 최저 2만원대에서 유·무선 음성통화 및 문자 무제한 이용과 필요한 만큼 데이터 사용량 선택이 가능한 요금제를 출시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당장은 KT에 이어 LG유플러스도 비슷한 요금제를 내놓아 이에 대응한다는 성격이 강하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통신사업자들이 음성에서 데이터 중심으로 급속히 전환하고 있는 통신 패러다임 변화를 더 이상 거부할 수 없게 됐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해외로 눈을 돌려보면 미국의 최대 이동통신사인 버라이즌은 이미 데이터 중심으로 요금제를 개편했다. 일본 NTT도코모도 마찬가지다. 여기서 구글까지 MVNO(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 형태로 통신시장에 뛰어들며 월 20달러만 내면 음성, 문자 서비스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고 데이터 사용료는 1GB당 월 10달러인 ‘프로젝트 파이(Project Fi)’ 서비스를 내놨다. 데이터 사용량을 못 채우면 환불까지 해준다. 구글은 이 서비스를 세계 120개 이상의 국가에 제공할 예정이다. 기존 통신사업자로서는 위협을 느낄 만하다. 국내 통신사업자도 예외일 수 없다. 한마디로 데이터 중심 요금제로 가는 건 세계적 흐름이다. 게다가 미래부가 말하듯이 단통법의 효과인 것은 더더욱 아니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따로 있다. 자유로운 데이터 중심 요금제 경쟁을 위해 당장 요금인가제부터 폐지해야 한다. 여기에 제4이동통신을 허용하고, MVNO를 활성화하면 경쟁은 더욱 촉진될 것이다. 효과도 없는 단통법이 폐지돼야 함은 물론이다. 요금이든 서비스든 결국 경쟁이 해결해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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