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Biz] 사과 한마디 없는 사법부

입력 2015-05-19 20:43  

법조 산책


[ 김인선 기자 ] 최근 사석에서 만난 한 판사는 “왜 국민이 사법부를 신뢰하지 못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는 “판사들은 새벽 2~3시에 들어가길 밥 먹듯 하며 공정한 재판을 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국민이 이를 몰라준다”고 토로했다. 그는 “요즘 젊은 판사 중엔 ‘일은 일대로 하고 욕을 먹느니 차라리 빨리 옷을 벗고 변호사로 개업하는 게 낫겠다’고 자조적으로 얘기하는 이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의 말에 일부는 공감했다. 수백쪽에 달하는 사건 자료를 밤낮으로 읽고, 주말도 반납해가며 일하는 판사들을 보며 ‘참, 힘들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동시에 한편으로는 안타까웠다. 국민과 사법부 간의 간극이 좀체 좁혀지지 않을 것 같은 우려 탓이다. 사법부는 왜 국민에게 불신을 사는지 정말 모르는 걸까.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은 국민이 사법부를 불신하는 이유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으로 불리는 유서대필 사건의 강기훈 씨(51)가 사건 발생 24년 만에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자살 방조 혐의로 기소된 강씨의 재심【?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강씨는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련) 동료였던 김기설 씨가 1991년 5월 노태우 정권 퇴진을 요구하며 서강대에서 분신했을 때 유서를 대신 써주고 자살을 방조한 혐의를 받았다. 그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옥살이를 했고, 출소 후에도 동료의 자살을 방조했다는 낙인이 찍힌 채 살았다. 그의 인생은 그렇게 소리 없이 문드러졌다. 그는 현재 간암으로 투병 중이다.

잘못을 인정한다고 사법부의 권위가 무너지지 않는다. 한 사람의 인생을 불구덩이에 던져놓고도 책임지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이런 검찰과 법원에 어떤 국민이 신뢰를 보낼 수 있을까.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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