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정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윤리심판원은 지난 20일 ‘공갈사퇴 막말파문’으로 제소된 정청래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심의를 열었다. 소속 의원의 막말을 심의하겠다며 야단법석을 떤 윤리심판원이 이날 심의한 것은 최종 결정을 오는 26일로 늦추겠다는 것뿐이었다. 지난 8일 ‘막말파문’이 불거진 뒤 사건을 19일간이나 끌고 가는 셈이다. 이러는 동안 30%를 웃돌던 당 지지율은 27% 수준으로 떨어졌다.
정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 논의도 당내 계파 간 이해관계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행보를 보였다. ‘막말파문’이 확산되자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의 첫 번째 조치는 “자중하라”는 것이었다. 징계보다는 사태를 조용히 덮겠다는 의도로 보였다. 이어 정 최고위원이 “자중하되 최고위원회의는 참석하겠다”고 하면서 당내 반발 여론이 거세졌다. 그제서야 문 대표는 ‘당무 정지’라는 강수를 뒀다.
윤리심판원에 제소된 사안에 대해 소속 의원의 집단 의사 표현방식도 볼썽사납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19일 새정치연합 소속 의원 20여명이 탄원서를 제출하는가 하면 일부 의원들은 ‘막말심의’ 자체에 의문을 나타내기도 했다. 징계 전권을 맡긴다던 문 대표도 “징계를 윤리심판원에서 처리하는 게 맞냐”고 되물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 들렸다. 윤리심판원의 한 의원은 “그런 일은 없었다”고 극구 부인했지만 윤리심판원에 지도부가 혼란을 줬다는 의혹은 남아 있다. 징계 결정이 그래서 연기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에 비해 새누리당은 소속 의원 징계 처분 등에 그야말로 ‘비호’처럼 행동할 때가 많다. 지난해 5월 당시 새누리당 소속 유승우 의원의 부인이 ‘공천헌금 1억원 수수 의혹’에 연루되자 새누리당 중앙윤리위원회는 즉각 유 의원에게 탈당을 권고했다. 유 의원이 재심을 청구하자 윤리위는 1주일 만에 제명을 의결했다. 제명이라는 당 최고 징계가 내려지는 동안에도 유 의원 규명을 위한 당내 탄원서는 고사하고 당은 여론 무마란 한 가지 목표를 위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이번 사태를 지켜보면서 ‘집권 여당을 견제하는 야당이 스스로에겐 너그러운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은정진 정치부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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