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목사 묻고, 신부 답하고…스님 거들고

입력 2015-05-21 20:47  

신들의 수다

인명진·홍창진·마가·고성국 지음 / 국커뮤니케이션 / 390쪽 / 1만8000원



[ 고재연 기자 ] 목사 신부 스님이 한자리에 모였다. 고담준론(高談峻論)을 펼치기 위해서가 아니다. 신앙, 죽음 등 인간의 근원적 고민부터 돈, 외모, 성(性)에 대한 이야기까지 세상 사람들을 위한 수다를 떨기 위해서다.

《신들의 수다》는 인명진 전 갈릴리 교회 담임목사, 홍창진 천주교 광명성당 주임신부, 마가 스님(동국대 정각원 교법사), 정치평론가 고성국 씨가 한자리에 모여 나눈 대화를 엮어낸 책이다. 이들의 대화에는 성역(聖域)이 없다. 고씨는 “국민생활의식 조사에서 여러 종교 중 개신교를 ‘못 믿겠다’는 응답이 가장 많다”며 돌직구를 던진다. 인 목사는 “교회가 많아지면서 자격이 안 되는 사람이 성직자가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솔직하게 답한다. 성직자들이 성적 욕망을 참는 이유를 묻기도 한다. 이 외에도 네 사람은 동성애에 대한 편견, 혼전 동거에 대한 입장, 종교인의 십일조 등에 대해 속마음을 펴 보인다.

종교를 뛰어넘어 진리를 논하기도 한다. 인 목사는 “기독교적 세계관에서 죽음은 잠에 드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하나님께서 지으신 영원한 집이 우리에게 있는 줄 아느니라’라는 고린도후서 5장 1절을 인용한다. 마가 스님은 ‘죽음은 구름이 흩어지는 것이다. 생사에 매달리지 말고 자연스럽게 편안하게 살다 가라’고 말한 서산대사의 말을 통해 죽음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가볍게 읽히는 책이지만 네 사람의 대화에서 상대의 종교를 인정하는 자세를 배울 수 있다. ‘내 종교만 옳다’며 상대 종교를 배타적으로 바라보는 이들에게 이 책은 결국 종교도 사람을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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