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만으로 로봇팔 움직인다

입력 2015-05-21 21:34  

뇌에 전극 심어 신호 전달하는 실험 성공…'사이보그 시대' 성큼

美 연구팀 학술지에 발표



[ 박병종 기자 ] 뇌에 전극을 심어 사람이 의도한 대로 로봇팔을 움직이는 실험이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인간과 로봇을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사이보그 시대’에 성큼 다가선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서던캘리포니아대, 랜초로스아미고스 재활센터 공동 연구팀은 전신마비 환자의 뇌에 전극을 심어 생각대로 로봇팔을 움직이는 실험에 성공했다고 21일 발표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실렸다.

지금까지 비슷한 연구가 있었지만 몸의 운동과 관련된 뇌 부위를 자극해 로봇을 단순히 움직이는 정도의 기술에 머물렀다. 연구팀은 지능과 관련이 있는 뇌의 후두정엽피질에 전극을 심어 사람이 의도한 대로 로봇팔을 움직이는 데 성공했다. 후두정엽피질은 신체 각 부위를 움직이는 명령신호를 전달하는 뇌 부위다.

실험은 12년 전 목을 다쳐 전신이 마비된 32세 남성 환자 에릭 소토(사진)를 대상으로 2013년부터 시작됐다. 소토는 말을 하고 표정을 지을 수 있지만 목 아래쪽은 신경이 끊어져 움직이지 못했다. 연구팀은 두 개의 작은 전극을 소토의 뇌에 ?뒤 실험을 진행했다. 환자에게 다양한 신체 부위를 상상하게 한 다음 어떤 뉴런이 얼마나 활성화하는지, 눈은 어떻게 움직이는지 확인했다. 뉴런의 이 같은 활동을 토대로 사람의 행동의도를 역추적했다. 몸의 어떤 부위를 언제, 얼마나 빨리,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지에 대한 정보를 찾아내 로봇팔이 작동하도록 연결했다. 로봇 신체뿐만 아니라 컴퓨터의 마우스 화살표 등을 움직이는 데도 성공했다. 로봇팔을 이용해 12년 만에 스스로 음료수를 마실 수 있게 된 소토는 “이번 연구는 내 인생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며 “다른 장애인들의 삶을 개선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조일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바이오마이크로시스템연구단 선임연구원은 “이번 연구 결과는 선행 연구에 비해 더 복잡한 움직임을 제어할 방법을 제시했다”며 “생각만으로 움직이는 사이보그 신체 개발에 한 발짝 더 다가갔다”고 평가했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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