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전 부사장은 지난해 12월 5일 미국 뉴욕 JFK국제공항에서 대한항공 KE086 일등석에 탑승해 견과류 서비스를 문제 삼아 박창진 사무장 등에게 폭언·폭행을 하고 항공기를 되돌리게 했다.
당시 항공기는 출발을 위해 탑승구를 닫고 토잉카(견인차)에 끌려 17m가량 계류장에서 이동하다가 조 전 부사장의 지시로 멈춘 뒤 왔던 방향으로 되돌아갔다.
검찰은 항공기의 예정된 '항로'는 탑승구를 닫은 뒤 지상에서 이동할 때부터 시작된다며 조 전 부사장이 항공보안법상 항로변경죄를 저질렀다고 기소했다.
1심 재판부 역시 이런 해석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조 전 부사장 측은 항소하면서 관련 법령에 명확한 정의가 없는 상황에서 항로는 '항공로'를 의미할 뿐이지 지상 이동까지 포함하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항로를 어떻게 볼 것이냐가 항소심의 핵심 쟁점이 됐다.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6부(김상환 부장판사)는 결국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따라 '항로'는 사전적 의미대로 '항공기가 통행하는 공로(空路)'로 해석하는 게 맞다"는 결론을 내렸다.
'죄형법정주의'란 국가 형벌권의 자의 岵?행사로부터 개인을 보호하기 위해 범죄와 형벌을 법률로 정해놓고 이 법규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다.
재판부는 이를 토대로 '항로' 정의가 항공보안법 등 관련 법령에 명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뚜렷한 근거 없이 '항로'를 사전적 의미보다 확대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1심은 죄형법정주의를 언급하면서도 그 입법취지와 목적을 고려해 해석해야 한다면서 항로를 '공로'로만 해석하면 항공보안법의 적용 범위를 부당하게 축소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항로에 지상로를 포함해야 한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항공보안법의 입법취지와 목적을 고려하더라도 항로에 지상로까지 포함된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항공보안법 입법 당시 주요 목적은 주로 항공기 납치 행위 등 위험성이 높은 행위에 대한 규제로 법정형을 징역 1년에서 10년 이하로 높게 뒀다.
법이 개정되면서 납치와 무관한 각종 기내 폭력행위는 안전운항저해폭행, 직무집행방해, 항공기 내 폭언·소란 행위 등으로 유형화·세분화해 따로 처벌하고 있다.
그러므로 규제·처벌 대상의 범위를 넓게 하기 위해 항로의 의미를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재판부는 지적했다.
게다가 계류장에서는 항공기가 자체 엔진 동력을 켜고 주행하는 것이 아니라 토잉카에 이끌려 공항 안전요원들의 지시를 받으며 이동한다는 점도 항로로 볼 수 없는 이유로 고려됐다.
재판부는 "계류장 내 이동은 항공기의 지상 이동 중에서도 가장 위험성이 낮은 단계이고 이 사건의 램프리턴과 같은 계류장 내 회항은 비교적 자유롭게 허용되므로 이를 항로변경으로 보는 것은 형벌법규를 지나치게 확장 해석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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