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는 혁신 위해
경영부서·뉴스룸 칸막이 없애고 데이터·마케팅 전문가 확충
뉴스소비 방식 변해…독자층의 특성 파악해 직접 찾아 나서야
[ 선한결 기자 ] 지난해 5월, 160여년 역사의 전통 미디어그룹인 뉴욕타임스(NYT)에 디지털미디어업계의 이목이 쏠렸다. ‘뉴욕타임스 혁신보고서’라는 96장 분량의 내부 보고서가 유출됐기 때문이다. 이 보고서에 담긴 뉴욕타임스의 고민은 “품을 많이 들인 좋은 기사가 정작 소비자인 독자들에게는 닿지 않는다”는 것. 언론계 종사자 10명이 1년간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찾아낸 해결책의 요지는 조직을 개편하고, 디지털 우선순위 전략을 쓰자는 것이었다.
지난 20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혁신보고서 TF팀의 일원이었던 애덤 엘릭 뉴욕타임스 기자를 만났다. SBS 서울디지털포럼(SDF) 참석차 방한한 그는 “보고서 발간 후 기사를 최대한 많은 독자에게 노출시키고자 데이터와 마케팅 전략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며 “덕분에 지난해 76만명이던 디지털 구독자 수가 크게 늘어 조만간 100만명을 넘어설 것”이라고도 설명했다.
뉴욕타임스의 혁신을 이끈 것은 회사 내부 구조의 변화다. 먼저 경영 관련 부서와 뉴스룸 간 칸막이를 없앴다. 디지털·데이터·홍보 분야 인력도 확충했다. 기자가 마케팅을 겸업하는 것보다 전문가를 따로 두고 협업하는 게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에 힘입어 기자와 콘텐츠 전문가들이 자발적 협업에 나섰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뉴욕타임스 사이트에서 가장 많이 재생된 영상뉴스 “IS 학살에서 살아남다”다. 이 뉴스는 지난해 9월 이슬람국가(IS) 학살 생존자인 알리 카짐을 인터뷰한 영상이다. 기자와 사업부 8개 팀은 뉴스를 내보내기 전에 함께 모여 독자를 어떻게 모을지 의논했다. 평소 뉴욕타임스를 읽지 않는 아랍 지역 독자들을 위해 아랍어와 영어로 영상을 만들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홍보에도 힘썼다. 국가마다 뉴스를 가장 많이 보는 시간대와 유명한 웹사이트, 소셜 플랫폼을 조사해 홍보에 반영했다.
결과는 대단했다. 외부 사이트를 통한 동영상 조회수가 88%를 차지하는 등 새로운 독자가 많이 들어온 것이다. 이 기사 하나로 영상 뉴스 정기 구독자가 6% 늘었다. 엘릭은 “사람들이 뉴스를 소비하는 방식이 변한 만큼 독자가 스스로 오기를 기다리기만 해서는 안 된다”며 “언론이 새로운 전략을 가지고 독자층의 특성을 파악해 직접 찾아가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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