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스스로 열심히 일하는 조직의 비결

입력 2015-05-24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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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한결 문화스포츠부 기자) 지난 20~21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서울 디지털 포럼’에는 다양한 정보기술(IT)·미디어 산업 관련 인사들이 연사로 참석했습니다. 각자 맡은 분야에서 새로운 방법을 시도하며 디지털 시대를 열어가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가장 흥미로웠던 혁신 사례는 노르웨이 NRK2 방송국의 ‘슬로우TV’였습니다. 시간상 편집을 아예 하지 않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인데요. 조직 내부로부터 주도적인 변화를 끌어낸 ‘업계 성공사례’로 꼽힙니다.

지난 19일 만난 NRK2의 프로듀서 토마스 헬룸은 “슬로우TV는 방송국 직원들끼리 점심을 먹다 농담처럼 나온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고 말했습니다. 기차 여행을 주제로 7시간 동안 줄거리 없이 실시간 풍경을 계속 보여주자는 아이디어였습니다.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을 위험이 높은 계획이었습니다. 방송 예정 시간이 길다 보니 기회비용도 그만큼 컸습니다. 다른 채널에서는 모두 극적인 리얼리티쇼나 드라마를 방송하고 있었습니다. 성패가 불확실한 이 아이디어는 어떻게 됐을까요?

여러 의견이 오간 끝에 NRK2는 이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합니다. 결정을 내린 후엔 제작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시청자들이 가장 몰리는 금요일 저녁 황금 시간대에 편성했습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이후 이어진 프로젝트 중 가장 대규모인 ‘134시간 동안 피오르드 해안선 따라 유람선 일주’ 프로그램은 노르웨이 인구의 절반이 넘는 사람들이 시청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긴 다큐멘터리로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유네스코가 선정한 노르웨이 문화유산 목록에도 이름을 올렸습니다.

방송사가 프로젝트를 버리지 않고 추진한 이유에 대해 헬룸은 “직원들이 낸 아이디어를 무시했을 때 조직이 겪게 되는 위험이 며칠간 시청률을 잃는 위험보다 훨씬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누군가 의견을 제시했을 때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일축해 버리면 아무도 새로운 생각을 하려고 들지 않는다는 거죠. 슬로우TV 성공 이후 NRK2는 노르웨이에서 가장 큰 방송국으로 거듭났는데요. 지금도 직원들이 스스로 아이디어를 내고 제작과정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always@hankyung.com (끝)
*사진 노르웨이 NRK2 방송국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슬로우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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