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나, 짧은 퍼팅 때 '집게발 그립' 잡는 까닭

입력 2015-05-24 22:11  

퍼터 '스위칭 그립 전략'

왼쪽 손목 고정효과 탁월…5미터 안팎 퍼팅에 효과적
중·장거리선 거리 맞추기 어려워…일반 그립과 바꿔가며 사용
리디아 고, 거리 따라 스위칭…짧은 퍼팅에선 '역그립' 잡아



[ 이관우 기자 ] ‘바꿀까 말까.’

골퍼마다 한 번쯤 고민에 빠지는 게 있다. 퍼터 샤프트를 잡는 손모양, 퍼팅 그립(grip)을 바꾸느냐 여부다. 파 퍼팅, 버디 퍼팅을 쏙쏙 잘 집어넣는 동반자가 남다른 퍼팅 그립을 하고 있을 때면 따라해보고 싶다가도 주저하게 되는 것이 퍼팅그립이다. ‘베팅’을 감행한 보람도 없이 그나마 남아 있는 골프 실력마저 망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올 들어 퍼팅 전략을 바꾼 재미 동포 케빈 나(32·나상욱)에겐 이런 베팅이 꽤 짭짤한 보상으로 돌아올 것 같다.

짧은 거리는 집게발로 ‘쏙쏙’

케빈 나는 24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의 콜로니얼 컨트리클럽(파70·7204야드)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크라운 플라자 인비테이셔널 3라운드에서 1타를 줄였다. 중간합계 11언더파를 친 케빈 나는 2라운드에 이어 3라운드에서도 단독 1위를 지켰다. 2위 이언 폴터(잉글랜드)와 1타 차다. 4라운드에서도 리드를 지키면 3년7개월 만에 우승컵을 안을 수 있다.

그는 2011년 10월 저스틴 팀버레이크 슈라이너스 아동병원오픈에서 투어 첫 우승을 차지한 뒤 승수를 추가하지 못했다. 하지만 퍼팅감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어 우승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올 시즌 드라이버와 아이언 정확도가 모두 100위권 밖인 반면 라운드당 평균 퍼팅 수(28.06)는 8위다.

지난해까지 그는 오른손을 왼손 아래로 잡는 일반적인 퍼팅 그립을 주로 썼다. 올해부터는 집게발 그립(claw grip) 빈도가 부쩍 늘었다. 집게발 그립은 왼손은 일반 그립처럼 잡되 오른손 엄지와 검지 사이에 샤프트를 끼워 백스윙과 다운스윙, 팔로스루를 하는 것이 다르다. 왼손목을 거의 움직이지 않아 공을 퍼터헤드의 스위트 스폿에 잘 맞출 수 있고, 방향성과 거리 조절감도 좋은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고덕호 프로는 “그동안 해오던 퍼팅이 갑작스럽게 잘 안 되거나 그린이 유독 빠른 곳에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롱퍼팅은 일반 그립으로 ‘스위치’

집게발 그립의 단점은 5m 이상인 중·장거리 퍼팅에서 거리를 정확히 맞추기가 쉽지 않다는 것. 왼손과 오른손을 모두 사용하는 일반 그립과 달리 오른손 일부 손가락은 거의 사용하지 않아 거리를 내는 데 불리하기 때문이다. 케빈 나가 장거리 퍼첼【?일반그립을 잡는 것도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다. 케빈 나는 “20피트(6m)가 넘어갈 때 일반 그립을 주로 잡지만 감이 좋을 땐 장거리 퍼팅에서도 집게발 그립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케빈 나처럼 단거리와 장거리 퍼팅 때 퍼팅 그립을 바꾸거나 혼용해서 쓰는 ‘스위치’ 골퍼는 많지 않다. 하지만 뉴질랜드 동포인 천재소녀 리디아 고가 짧은 퍼팅에서는 역그립(cross handed grip)을, 중장거리 퍼팅에서는 일반 그립을 쓴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아마추어 골퍼들 사이에서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역그립은 왼손이 오른손보다 퍼터 그립의 아래쪽을 잡는 방식으로, 일반 그립과 반대다. 손목 고정효과가 크다는 점에서 집게발 그립과 비슷하다. “왼쪽 어깨가 열려 평소 퍼팅에서도 슬라이스가 많이 나는 골퍼라면 한 번쯤 시도해볼 만하다”(송경서 프로)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왼쪽 어깨가 닫히면서 정렬이 타깃 쪽과 좀 더 평행해지기 때문이다. 한편 지난해 이 대회 우승자인 애덤 스콧(호주)과 올해 마스터스 챔피언 조던 스피스(미국)는 6언더파를 쳐 공동 6위에 올랐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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