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박범훈, 공무원 수시 질책…말 안듣자 지방 좌천"

입력 2015-05-24 22:22  

'중앙대 특혜' 박범훈 전 청와대 수석 외압 혐의

교과부 사무관에 전화해 호통
청와대 불러 '뒤 봐줘라' 압박
지자체 보조금 허위로 받기도



[ 배석준 기자 ] “너희끼리 일하는 것이냐. 이렇게 하면 본부에 근무하기 어렵다.”

2012년 11월29일 박범훈 당시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사진)은 김모 교육과학기술부 사무관에게 전화해 호통을 쳤다. 김 사무관은 중앙대가 문서를 조작해 정원 190명을 허위로 이전한 사실을 알고 전날부터 현장실사를 하던 차였다. 김 사무관은 이튿날 오모 당시 교과부 대학선진화관에게 실사 결과를 보고했다가 “왜 이렇게 일을 크게 만드느냐”는 질책을 받았다. 김 사무관은 나흘 뒤인 12월4일 지방 국립대로 돌연 전보됐다.

24일 검찰에 따르면 중앙대에 특혜를 주고 1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 전 수석은 교과부 직원들을 청와대에 수시로 불러 중앙대의 뒤를 봐주도록 압박했다.

김 사무관의 상관이던 김모 사립대학제도과장은 같은해 11월6일 청와대에 불려갔다. 박 전 수석은 “이달 말까지 중앙대 단일교지 승인 문제를 끝내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당시 중앙대는 단일교지 승인의 법?요건을 갖추지 못한 데다 오히려 정원 허위 이전으로 행정처분을 받아야 할 상황이었다.

교과부에서 일하다가 청와대에 들어간 이모 전 교육비서관은 김 과장을 청와대 인근 술집으로 불러내 “수석님이 지시하는데 왜 진행을 안 하느냐. 업무태만으로 민정수석실 조사를 받게 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김 과장도 김 사무관과 같은날 지방 국립대로 발령났다.

두 직원은 몇 달 동안 직무와 정반대의 일을 해야 했다. 중앙대는 캠퍼스를 통합하며 약속한 교지 확보율을 지키지 못해 2012년 7월 모집정지 행정처분이 의결된 상황이었다. 김 사무관은 상부 지시로 ‘중앙대가 제재 처분을 피하는 방안’이라는 보고서를 썼다. ‘정원 190명을 안성캠퍼스로 옮겼다가 단일교지 승인을 받으면 서울로 다시 올린다’는 게 김 사무관이 짜낸 묘안이었다. 그러나 중앙대는 문서를 조작해 정원을 허위 이전시켰다.

박 전 수석이 국악연수원 건립 보조금을 허위로 타내려다가 5년 전 적발된 사실도 드러났다. 그는 양평군으로부터 보조금 8억원을 받아 중앙국악연수원을 완공하고도 2009년 “추가 공사비가 발생했다”며 9200여만원을 더 타내려 했지만 양평군에 적발돼 4400여만원만 받았다. 검찰은 박 전 수석을 기소하면서 4800여만원의 사기미수 혐의도 적용했다.

배석준 기자 euliu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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