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결국 현실로…"지주사는요?"

입력 2015-05-26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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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물산 부문 추가 사업 재편 추측, 결국 현실로
"지주사 전환 없다" 삼성 입장에 업계 또 의구심
삼성전자 아닌 삼성물산 지주사 출범 시나리오 주목



[ 김민성 기자 ] 삼성그룹의 지주사는 모습을 드러낼 것인가.

26일 발표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의 최대 관전포인트는 삼성그룹의 지주사 출범 여부다. 지주사 출범 이슈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에서 이재용 부회장을 이어지는 그룹 경영권 승계 작업의 사실상 마무리 단계로 주목받아왔다.

특히 이날 삼성그룹 지배 정점에서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해 온 제일모직이 그룹 원조 격인 삼성물산을 전격 흡수 합병하면서 지주사 출범도 현실화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제일모직이 삼성전자 등 핵심 계열사 지분을 보유한 삼성물산을 흡수합병한 것이란 점에서 더욱 그렇다. 제일모직 대주주(23.24%)인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 합병법인을 통해 당초 삼성물산이 보유하고 있던 계열사 지분을 확보하는 구조다. 삼성물산은 현재 삼성전자 4.1%, 삼성SDS 17.1% 등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이 부회장 등 오너 3세들은 이번 합병으로 그룹 핵심 계열사에 대한 지배를 더욱 강화할 수 있게 됐다.

그간 업계는 삼성그룹이 이미 한차례 무산된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합병을 다시 추진하고, 제일모직 및 삼성물산에 흩어져있는 건설 사업 부분을 한데 합치는 등의 추가 사업재편 시나리오 실현을 예의주시해왔다. 최근 불거진 미래전략실 위상 및 역할 축소가 사업재편 및 지주사 출범과 맞물려 있다는 해석도 힘을 얻었다.


특히 향후 사업구조 개편시 삼성전자가 지주사로 전환할 것이라는 예상도 많았다.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 지주사가 주요 계열사를 지배할 수 있고 이 부회장 등 오너 3세들은 지주사 지분만 잘 관리하면 삼성의 주요 계열사를 지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는 "그룹 사업재편에 따른 미래전략실 기능 축소 및 구조조정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추가 사업 재편 구상 역시 정해진 바 없다"고 확인했다. 그러나 삼성이 줄곧 부인해왔던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마저 성사되면서 지주사 출범 역시 재계 시나리오 대로 착착 진행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공교롭게도 삼성그룹은 최근 삼성전자 등을 지주사로 전환하지 않는다고 수차례 비공개적으로 밝혔다. 지주사 출범 이슈는 이내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분위기였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그룹(미래전략실) 전략팀과 재무팀에서 지주사 전환의 타당성을 검토한 결과 실익이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며 "지주사로 전환하려면 막대한 돈이 든다"이라고 말한 바 있다.

지주사는 공정거래법에 따라 상장 자회사는 20% 이상, 비상장 자회사는 4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삼성이 이 조건을 맞추려면 적어도 수조원대 자금이 필요하다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지주사 전환에 쓸 돈이 있다면 차라리 그 돈을 스마트폰, 반도체 등 꼭 필요한 투자를 늘리는 데 써야 한다는 게 그룹의 판단인 셈이다.

그러나 사실상 지주회사인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흡수합병해 간판만 바꿔다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보면 삼성물산이 향후 지주사로 부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합병으로 제일모직의 삼성전자 지배가 현실화됐다"며 "이에 따라 지주사 전환 방향성이 잡혔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물산의 시가총액이 삼성전자, 삼성SDS 보유지분 가치를 밑돌만큼 낮기 때문에 합병이 삼성물산 가치를 대폭 끌어올릴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김민성 한경닷컴 기자 mean@hankyung.com @mean_R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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