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지배구조 단순화한 삼성…이재용 경영권 승계 속도 낸다

입력 2015-05-26 20:59   수정 2015-05-28 13:11

실질적 지주사 되는 '통합 삼성물산'

삼성생명 19%·삼성전자 4% 보유
"다음 수순은 삼성전자·SDS 합병" 전망



[ 주용석 / 임도원 / 윤정현 기자 ]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지배구조를 단순화하는 효과가 있다. 삼성이 2013년 시작한 사업·지배구조 재편이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의미도 있다. 연 매출만 34조여원에 이르는 글로벌 종합 서비스기업이 탄생한다는 점에서 삼성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효과도 상당할 전망이다. 이를 계기로 ‘이재용 부회장 체제’가 거의 완성됐다는 평가가 많다.

○이재용 부회장, 그룹 지배력 강화

삼성 지배구조의 핵심 축은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물산→제일모직’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다.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제일모직이 삼성생명을 지배하고, 삼성생명이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식이다. 두 회사가 합병하면 핵심 축이 ‘통합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화재·증권·카드’와 ‘통합 삼성물산→삼성전자→삼성SDI·전기·중공업’으로 바뀐다. 통합 삼성물산이 핵심 계열사인 삼성생명과 삼성전자를 거느리는 구조다. 원래 순환출자 구조가 아예 사라지는 건 아니지만 지배구조가 지금보다 단순해진다.


이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도 강화된다. 제일모직은 현재 삼성생명 지분 19.4%를,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7.2%를 갖고 있다.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 최대주주(23.2%)로 삼성생명과 삼성전자를 지배하고 있지만 직접 갖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은 0.57%에 불과하다.

두 회사가 합병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 4.06%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직접 보유한 지분 외에 합병회사(통합 삼성물산)를 통해 삼성전자 지배력을 지금보다 높일 수 있다. 삼성생명 지배력은 그대로 유지한다.

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는 통합 삼성물산에 대한 오너 일가의 지배력에도 큰 이상은 없다. 이 부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패션부문 사장 등 오너 일가의 제일모직 지분은 42.2%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하면 오너 일가는 통합 삼성물산 지분 30.4%를 갖게 된다. 경영권을 위협받을 정도는 아니다.

○추가 지배구조 재편 가능성은

이번 합병은 지난해 11월 삼성-한화 간 ‘빅딜’에 이어 삼성의 사업·지배구조 재편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의미가 있다. 증권가에선 다음 수순은 삼성전자와 삼성SDS 간 합병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삼성SDS는 삼성물산이 17.1%, 이 洸맛揚?11.25%의 지분을 갖고 있다. 삼성전자와 삼성SDS가 합병하면 이 부회장과 삼성물산은 보유 중인 삼성SDS 지분을 삼성전자 주식으로 바꿀 수 있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더 높일 수 있다.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아졌다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통합 삼성물산이 그룹의 실질적 지주사 역할을 하는 상황에서 굳이 막대한 비용이 드는 지주사 전환을 고집할 필요가 적다는 이유에서다. 지주사는 상장 자회사의 경우 20% 이상, 비상장 자회사는 30% 이상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삼성으로선 적게는 수조원, 많게는 수십조원의 자금을 부담해야 한다. 삼성은 이미 이 같은 이유로 ‘지주사 전환에 부정적’이란 뜻을 수차례 밝혀왔다.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 시점은

이 부회장의 회장직 승계 시점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계에선 연내 승계설도 돌고 있다. 하지만 삼성 내에선 “가능성이 낮다”는 시각이 많다. 이 부회장이 지금도 삼성의 실질적 리더 역할을 하고 있는 데다 이건희 회장이 입원 중인 상황에서 굳이 승계를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이 통합 삼성물산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통합 삼성물산을 이끌 경영진이 누가 될지도 관심이다. 현재 제일모직은 사장만 4명이다. 김봉영 리조트·건설부문 사장과 윤주화 패션부문 사장 외에 이부진 사장이 경영전략담당 사장, 이서현 사장이 패션부문 경영기획담당 사장을 맡고 있다. 삼성물산도 건설부문(최치훈 사장)과 상사부문(김신 사장)으로 경영진이 나뉘어 있다. 삼성 관계자는 “7월 임시주총에서 합병이 공식 승인돼야 합병 회사의 경영진 선임 문제를 資피?수 있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회사가 커지는 만큼 부문별 책임경영체제로 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주용석/임도원/윤정현 기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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