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필리핀 대학에 '새마을학과' 신설
산학협력 강화하고 창업도 적극 지원
'한강이남 최고 사립대' 명성 되찾을 것
[ 정태웅 기자 ]
“한국 경제 발전의 경험과 노하우를 학문적으로 정립한 ‘새마을학(學)’이 세계 각국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습니다. 영남대는 새마을학을 대한민국의 명품 브랜드로 만들겠습니다.”
노석균 영남대 총장은 26일 영남대 총장실에서 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프리카 등 39개국 1669명의 개발도상국 공무원과 주요 지도자들이 영남대를 방문해 새마을운동을 비롯한 발전이론에 대한 연수를 받고, 자국 정책 개발에 활용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노 총장은 “지방대라는 편견을 불식시키고 미래지향적 혁신으로 ‘한강이남 최고의 사립대’라는 옛 명성을 되찾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북 예천 출신인 노 총장은 연세대 화학과를 졸업한 뒤 KAIST에서 석사,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2년 영남대 교수로 선임돼 연구처장, 교수회 의장, 법인사무국 기획조정실장 등 주요 보직을 거쳤고 지난해 2월 총장에 취임했다.
▷새마을운동을 배우러 외국에서 많이 온다고 들었습니다.
“현재 60여개국 170명의 학생이 와서 새마을운동을 배우고 있죠. 새마을운동의 학문화는 영남대가 세계 어느 대학보다 더 잘할 수 있는 독보적인 특성화 분야입니다. 1976년 지역사회개발학과를 개설해 새마을운동과 정신에 대한 학문적 접근을 시도했고 2011년 11월에는 국내 최초로 전직 대통령의 이름을 딴 ‘박정희리더십연구원’과 ‘박정희새마을대학원’을 설립했습니다. 대학원에 입학하기 위해 동남아에서는 4~5 대 1의 경쟁률을 보일 정도입니다. 석사학위 과정을 마치고 고국으로 돌아간 졸업생들은 현지에서 새마을전도사로 활동합니다. 올 하반기에는 필리핀 엔드런대에 ‘새마을학과’가 신설될 예정입니다.”
▷총장 취임 후 최대 화두인 개혁은 잘 이뤄지고 있습니까.
“신라 화랑정신이 살아 숨 쉬는 압량벌에 세워진 영남대는 애국정신을 바탕으로 한 민족중흥의 동량을 육성한다는 창학정신을 갖고 있죠. 총장 취임 후 ‘YU the Future, 미래를 만드는 대학’을 비전으로 ‘잘 가르치고 취업 잘 되는 대학’ ‘우수한 교수가 있는 대학’ ‘행정서비스가 좋은 대학’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다행히 성과가 매우 좋습니다. 우리 법학전문대학원이 올해 변호사시험 합격률 전국 1위에 올랐고 의대 졸업생들도 지난해 의사고시에 100% 합격했죠. 19대 국회의원 15명, 전직 국회의장 1명, 대법관 2명 등을 배출하는 등 막강한 동문도 자랑거리죠.”
▷산학협력선도대학(LINC) 평가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습니다.
“최근 교육부 연차평가에서 최우수 평가를 받아 산학협력의 우수성과 연구력을 공인받았습니다. 저도 틈만 나면 지역의 우수기업을 직접 방문해 ‘기업친화형 총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21세기 지역의 신성장 동력을 찾고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지역 발전을 견인한다는 데 목표를 두면서 지역 산업체와 현장실습 프로그램을 활성화하고 우수 산업 인력을 겸임교수로 채용하는 등 산학협력을 더욱 활발히 하겠습니다.”
▷최근 학생 창업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지난 학기에 ‘창업솔루션 최고경영자(CEO) 특강’을 2학점 일반 선택과목으로 신설해 창업에 성공한 동문 선배들의 살아있는 조언을 듣게 했습니다. 학생들이 꿈을 꾸게 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죠. 영남대는 2년 연속 코스닥 상장사 CEO 배출 전국 6위를 기록할 정도로 창업에 관한 저력이 있습니다. 창업 관련 과목뿐 아니라 창업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창업로드쇼 등을 열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대학생과 창업을 꿈꾸는 예비 창업가들의 꿈을 실현시키고 기업가 정신을 확산시켜 나가고 있습니다.”
▷기업들이 채용에서 인성을 중요시하는 추세입니다.
“영남대 졸업생은 조직생활을 잘한다고 합니다. 학생들을 만날 때마다 시험 잘 봐서 1등 하는 사람이 사회에서 1등이 아니라고 말해줍니다. 시험은 하나의 경로이지만 그것을 담는 그릇, 예의와 기본이 안 되면 쓸 데가 없다고 강조하죠. 요즘처럼 급변하는 세상에서 治컥?5년 정도밖에 유효하지 않습니다. 교수들에게도 지식을 가르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제자들의 기본 그릇을 키워주는 것이라고 얘기합니다. 이번 학기에 전공, 학년 구분 없이 들을 수 있는 ‘스무 살의 인문학’이라는 대형 교양강좌(3학점)를 개설해 철학자 강신주, 문학평론가 고미숙 씨 등 국내 저명 강사들을 초대했습니다.”
▷국제화에도 강점이 있습니다.
“처음에 말했듯이 새마을운동을 배우기 위해 해외에서 많이 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UCLA), 중국 칭화대, 폴란드 바르샤바대, 유엔 국제농업개발기금(IFAD) 등 40개국 298개 대학 및 기관과 자매결연을 맺고 있어요. 영국 옥스퍼드대는 LINC사업단 내에 ‘YU-Oxford 실험실’을 설치하기로 했고 19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프랑스 스트라스부르대는 공동박사학위제와 신재생에너지 분야 공동 연구를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최근에는 노벨상 수상자 세 명을 배출한 남미 최고의 연구중점 대학인 멕시코국립자치대학(UNAM) 및 멕시코 명문 사립대인 몬터레이공대와 교수·학생 교환을 약속했어요. 남미는 블루오션이어서 앞으로 스페인어를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입니다.”
▷취업난에 힘들어하는 청년들이 걱정입니다.
“다도(茶道)에서는 ‘일기일회(一期一會)’의 마음가짐으로 한다고 합니다. 지금 이 순간이 평생에 단 한 번의 만남이라는 생각으로 사람과의 만남이나 기회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자세를 말하죠. 우리 학생들을 포함해 이 땅의 청년들에게 일기일회의 마음가짐으로 매 순간 최선을 다하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나 혼자’라고 생각하지 말고 학교라는 든든한 후원자가 있으니 용기를 가지라고 응원하겠습니다.”
대구=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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